글감이 상하기 전까지만
-
글감이 많았는데,
일부는 이미 바람에 실려 허공으로 날아가버리고, 일부는 시들어져 축 늘어진 채로 아이폰 메모장에 널려져 있다. 푸릇푸릇 신선한 풍미는 찾아볼 수 없고, 냉장고에서 삼일째를 보낸 고등어 토막들처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만드는 냄새를 풍기는 것만 같다.
왜 이렇게 됐지?
일을 시작하고 나니 시간도 모자라고, 생각보다 더 피곤하기도 하고. 그래서..
-
이래도 괜찮을까? 하고 싶은 일을, 좋아하는 일들을 어쩔 수 없이 뒷켠에 놓아두는 삶을 살아도 괜찮을까.
"좋아하는 일이 싫어지게 될 때도 있거든. 그러니 일 말고도 사람들도 만나고, 사람들한테 기대기도 하고, 어울려 지내어 보기도 하고. 그런 게 필요한 것 같아"
엊그제 오랜만에 만난 언니가 내게 말해주었다.
'그럼 언니, 너무 발발거리지 말고 이렇게 지내는 나를 당분간은 좀 편히 두어도 될까요? 불안함에 볶이지 않아도 되는 걸까요?'
모니터가 언니라도 되는 듯 그렇게 질문을 던진다.
과묵한 언니는, 아니 모니터는, 아니 언니는, 아니 모니... 아무 대답 없이 그저 작게 웃기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