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어서 데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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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사람 vs 나를 좋아하는 사람
의 진검승부라면, 나는 단연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손을 번쩍 들고도 모자라, 안고 뛰고 하는 타입이다.
그러나 가끔 '나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마음이 기울 때가 있었다.
주로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타입의 사람들이었다.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그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와르륵와장창창창 쏟아내는 두 눈을 마주치면 그 온도에 마음이 노곤노곤해지곤 했다. 그런 타입의 사람들은 나의 작은 행동이나 말에 빛의 속도로 반응했다. 리액션은 일등 방청객 수준이었다. 그 반응속도와 리액션을 보면 마치 내가 그 사람에게 정말로 대단하고 중요한 사람이라도 된 것 같아, 종종 들뜬 기분이 되기도 했다.
그런 타입의 사람들은 나의 독특해보이는 부분만을 취사선택하여 대단한 매력으로 보아 주곤 했다. 때문에 나를 선망의 대상처럼 여기고 대해주었다. 하여 나는 더욱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으쓱한 모양을 하고 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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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요동치는 마음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사람이 역시 무서운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언젠가부터 알게 되었다. 자신의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낸다는 것이 어떤 사람에게는 자신의 감정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의 평정보다 중요하고, 그러한 자신의 감정을 상대가 반드시 배려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좋아하는 마음과 마찬가지로 나로 인해 상한 감정들 역시 여과 없이 나에게 드러내 보일 것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고 나니 나를 향한 뜨거운 눈빛과 나의 작은 말과 행동들에 따라 급변하는 모습들이 도리어 무섭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하여 그런 사람들은 걸러낼 수 있는 필터가 생성되었다. 아직 완전히 제대로 작동하는 것 같진 않지만, 지금이라도 다행이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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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거 나 아님?'
쓰다 보니 이거 약간 내 얘기 같은데...
프로 중 프로기복러인 나라는 사람이야말로 외사랑 중에는 극락과 지옥을 바삐 오고 가느라 하루 종일 멀미에 시달리곤 했다. 게다가 눈에 장착하는 콩깍지는 거의 마이너스 시력의 돋보기안경 급이라서, 외사랑 상대인 그분은 창조주의 형쯤 되는 존재가 되어있곤 했다. 때문에 그분이 살짝 까딱한 손끝 움직임 하나에 마음속 바다가 쫙쫙 열리니, 그 길로 나의 불타는 마음이 여과 없이 그분께 달려가기도 했다.
'아, 그렇구나.. 그렇다면 나의 외사랑 상대였던 당신들에게도 내가 무서워 보였겠구나.. 그랬구나.. 이제야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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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것으로는 몸을 금방 데울 수도 있지만, 몸이 데일 수도 있다는 것. 내가 보는 상대의 모습이 내 모습을 그대로 비춘 거울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나에게 알맞은 온도를 알아가고, 그 온도를 지닌 사람을 분별해낼 수 있게 되고, 무엇보다도 나 자신부터 그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조금씩 알게 된다.
한 해, 두 해씩 지나 보내는 것이 꽤 괜찮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더 가기 전에 쫌만 더 빨리 좀 알게 되면 좋겠다. 학습만 너무 오래 하는 것 아닌가 싶다. 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