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쁠 나이

by 릴리슈슈


이 나이가 되어 학교를 다시 다녀보니 저 나이의 생명력이 얼마나 새싹새싹한지를 강렬하게 느끼게 된다. 서툴어도, 아니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 그곳이 얼마나 싱그러워지는지를 저 아이들은 모른다. 내가 그것을 절감한다는데서, 아. 나는 이미 그 시기를 지나온 것이다.


나는 신입생 때부터 유독 나와 나이 차가 많은 선배들과 자주 어울렸다. 유쾌한 사람들이라 함께 어울리는 일이 꽤나 즐거웠다. 그들은 항상 내게 말했다. '같이 놀아줘서 고맙다' 고. 나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보니 소오름이다. 너무 맞는 말인거다.
수업을 들으며 나에겐 저 아이들과 같이 회의를 하거나 스터디를 해야할 때가 왕왕 있었다. 혹여 아이들이 불편해할까 나는 이모저모를 조심했다. 아이들도 어색하고 불편했으련만, 다행히도 하나 둘씩 살갑게 굴거나 까불거리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뽀얀 얼굴로 말을 붙여오거나, 자기들끼리 숨 쉴 틈도 주지 않고 아무말 대잔치를 펼치거나, 큼지막한 눈에 애처로움을 가득 담아 시험이 망했다며 나에게 하소연을 했다. 아무런 특별함 없는 지극한 일상의 풍경이다. 그런데 그런 아이들의 순간을 잠시라도 응시하고 돌아선 뒤에는, 내 얼굴과 몸뚱이에 그들의 싱그러움이 옮아오기라도 하는 것인지 봄날같은 물기가 그득해진다. 허 참.

아무 것도 안해도 이쁠 나이라며 어린 나에게 열변을 토했던 많은 어른이었던 사람들의 얼굴이 스쳐간다. 이제는 나도 매일 얼굴을 그려야 하는 나이가 되었다. 하지만 50대의 어느 어머니에게 60대의 한 어머니가 '뭘 입어도 예쁠 나이니 미니스커트건 뭐건 마음껏 입으라' 고 했다던 이야기도 기억한다. 저 아이들만치 새순 같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라는 건 잘 기억해두기로 한다. 그리고 여전히 새순처럼 웃는 어른 또한 존재한다는 것도 잘 적어두기로 한다. 뿌리가 굳세고 오래된 나무들이 계속해서 새순을 틔워나가는 것을 잘 지켜보기로 한다. 내게 새 움이 트는지, 그 싹이 무럭무럭 잘 자라는지도 잘 챙겨보기로 한다.



2018. 11. 8.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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