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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슈슈 Aug 12. 2018

시벌, Civill.

김여사의 시벌 정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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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김여사는 영어단어를 매일 6,70개씩 외우고 있다. 

오늘도 김여사는 에어컨 바람이 시원한 마루에 가로로 누워 노트북으로 단어 강의를 보고 있었다.

나는 그녀가 마주 보이는 소파에 앉아있었다. 노트북을 응시하는 그녀의 표정이 보였다. 

"열심이시구먼" 

나도 열심히 인터넷 서핑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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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벌, 시벌" 

갑자기 익숙하고 낯선 단어가 들려,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진지한 얼굴로 '시벌' 이란 단어를 몇 번이나 중얼거리는 김여사를 보며, '아마도 Civill 이라는 단어를 외우시는갑다' 하고 내 할 일을 했다. 하지만 김여사가 하필이면 경상도 사람이어서..  발음은 'Civill' 보다는 확실히 '시벌' 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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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사는 단어 암기를 마치면 아들을 불러 발음을 점검하고 시험을 본다.

오늘도 한참을 아들과 속닥속닥하시더니만 고요해졌다. 그리고 애석한 탄식이 흘러나왔다.

"아잇참. 두 개나 틀렸네. 시벌. 이렇게 많이 틀려가지고 어떡해.. 시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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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벌. 

끝까지 단어를 놓지 않고 되뇌는 김여사를 보며 나도 저런 정신으로 삶을 살아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시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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