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것은 변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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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화 끈을 잔뜩 잡아매고 집을 나섰다.
바짝 잡아맨 그 운동화가 으슥한 밤, 집으로 돌아갈 쯤이 되자 거짓말처럼 헐거워졌다.
하얀 운동화를 덜그럭거리며,
'어찌 이리 헐거워졌을꼬_' 하고 혼잣말을 한다.
'내가 계속 움직였으니까, 내가 살아있으니까.'
또 누가 혼잣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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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아맸던 것은 헐거워진다. 헐거워진 것은 풀려나간다. 풀려나간 것은 흩어져 사라진다.
잡아맸던 것은 굳어져버리기도 한다. 굳어져버린 것은 부서져버린다. 부서져버린 것도 사라진다.
그리고, 사라졌다가는 다시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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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아 움직이는 한 모든 것은 변할 것이다.
잡아맸던 나의 마음도, 내게 잡혀있던 너의 마음도, 내게 머물렀던 공기들도, 나를 스쳐갔던 잎사귀들도.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는 사실만이 변하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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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실을 조금 더 겸허하게 바라볼 수 있는 내가 되기를 누구에겐가 청하다가,
바깥으로 향하는 그 청하는 마음을 돌려세워 내 안의 나에게 말을 건다.
그런 내가 되어주겠냐고 내 안의 나에게 다시 청해 본다.
내 그 말을 듣는 나는 아무 말 없이 빙긋이 웃기만 한다.
고요한 나에게 다가가, 나도 아무 말 없이 그 앞의 작은 돌탑 위에 조그만 조약돌 하나를 얹어두었다.
다시 등을 돌려 나왔다. 나에게 했던 진실한 다짐들만이 그야말로 돌탑처럼 나를 지켜주는 것을 확인하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