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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슈슈 Aug 14. 2018

나의 홀로그램 혹은 랜선 남친

사.. 사... 사....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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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최애, 재일님 사진을 핸드폰 바탕으로 해두었다.

꼬맹이들이 우연히 사진을 보곤, "남자 친구예요?" 하고 물었다.

나는 장난기가 진심이 동하여 "응" 하고 대답했다. 아이들은 "우와!! 잘생겼다!" 하고 외쳤다. 내 남자 친구도 아닌데, 나는 흐뭇하게 웃었다. 그러나 그중 한 꼬마는 희미하게 웃으며_ "인터넷 사진이죠?" 하고 되물었다. (눈치가 빠르고 정확하기로 정평이 난 이 아이.. 늘 무표정한 이 아이..) 나도 희미하게 머쓱하게 웃으며 씁쓸하고 작게 대답했다.

“응”



-

다음날.

숫제 나에게 잘 말을 걸지 않는 새침한 꼬마가 하나 쪼르르 오더니만 웬일인지 간곡한 표정을 보인다.

얘가 대체 무슨 일 인가 해서 귀를 쫑긋하고 아이에게 몸을 기울였다. 아이는 다급히 말하길,

“저도 남자 친구 사진 보고 싶어요!” 한다.


'아아 어제 그 시크한 꼬마가 나의 작고 머쓱한 대답을 듣지 못한 채로 이 친구에게 소식을 전했구나!'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선심을 크게 쓰듯, "그래 이따 보여줄게. 대신 비밀 지켜야 해!" 하고 속삭였다.


내 핸드폰에 남자 친구! 사진이 있는 것을 아는 그 아이는 하루 종일 내 손에 들린 핸드폰을 주시했다.

내가 자신과 다른 아이들의 사진을 찍는 와중에도, 내내 핸드폰 카메라 렌즈가 아닌 내 핸드폰 배경화면을 끊임없이 주시했다. 꼭 오뎅꼬치를 낚아채려는 고양이 같았다.


쉬는 시간. 나는 아이에게 핸드폰 배경화면을 보여주었다.

아니 사실 아이가 습격하듯 나의 핸드폰으로 돌진하였기 때문에, 배경화면이 보여진 셈일게다.

어쨌건 배경화면을 본 아이는, “와 잘생겼다!” 하고 큰 소리로 외쳤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니가왜) 핸드폰을 '찰칵' 하고 잠갔다.


                                                             이것이 바로 나의 배경화면.. 캬..



-

그리고 5분 뒤.

아이는 모두에게 나의 비밀을 공개했다.

“아냐! 선생님은 남자 친구가 있다구!!”

무슨 대화 끝에 아이는 그렇게 소리를 질렀다.


그래 그는 선생님의 진짜 남자 친구가 아니니 너도 비밀을 지킬 이유는 없지. 그러나 이상하게도 나는 계속 으쓱했다.

“참말이었으면 좋겠구나 아이야..” 하고 터지려는 내 입을 잽싸게 막으며, 뭐 이렇게 계속 으쓱해하는 것도 괜찮지 않은가 생각했다.  



-

그나저나 나의 잘생긴 이 홀로그램 혹은 랜선 남자 친구는 어디에서 무얼 하시는지.

언제 개인 음반을 내시는지, 단독 공연을 하시는지, 그게 안된다면 어디 길 지나치다 가라도 한번 마주쳤으면 좋겠습니다요.. 하고 글을 어떻게 마쳐야 할지 몰라 최애님 전상서나 올리며 이렇게 덕심이나 풀어내어본다. 그리고 재일님, 정말이지 사.. 사... 사..... 좋아함니다! 으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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