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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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한여름밤의 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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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뒤척이다 겨우 든 잠 속에서, 나는 오랜만에 단 꿈을 꾸었다.
_아니지. 달기만 한 꿈이었다면, 내가 이렇게 깨려고 몸을 뒤척이지 않았을 테지.
달다가, 아주 썼다. 그런데 다시 달아서, 하마터면 쓴 맛을 잊어버릴 뻔했다.
그러나 다시 쓴 맛이 바로 뒤따라 왔다. 그리고 그 쓴 맛은 너무 쓰고 썼다.
나는 이제 그만 꿈을 깨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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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같았으면 조금이라도 꿈을 더 잡아보려고 했을 것이다.
떠지는 눈을 억지로 감으려고 애를 썼을 것이다.
그렇게 이미 쓴 맛만 남은, 아니 이미 다 깬 꿈을,
아니라고, 나는 아직 꿈을 꾸고 있다고, 아직 달다고, 그렇게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며
한참 동안 꽉 잡고 있었을 것이다. 눈을 꽉 감고 있었을 것이다.
아무리 꽉 감아도 눈꺼풀 사이로 새어 들어오기 시작한 빛을 외면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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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꿈을 꾸어 참 좋았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만에 꾼 꿈이 얄궂게도 참 짧다.
게다가 그 짧은 와중에도 참 맛이 씁었다.
_ 깨야 할 때야.
눈을 꽉 감는 대신, 주먹을 꽉 쥐었다.
둘 다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다만 주먹을 쥐는 쪽이 낯설었을 뿐.
주먹을 쥐고 나는 눈을 떴다. 눈이 부시다.
눈이 부셔서 눈물이 나는 것일 게다.
네가 아득히 멀어져서 눈물이 나는 것은 아닐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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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빛에 다시 익숙해질 것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걷고, 움직이고, 웃고, 먹을 것이다.
빛과 낮의 세계를 즐길 것이다.
나는 홀로 춤추며 걸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