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길을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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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의 마지막 주말과 함께 한 사람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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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가없이 가라앉아 어디 뻘밭에나 묻혀있는 기분이 되었다. 나갈 기력도 없어 재일님 목소리나 듣는다.
촘촘한 홈질 같은 사람일진대 목소리는 듬성한 시침질 같다.
널브러진 내 마음에다 몸을 잘 기워주어서 나는 바깥으로 나갈 힘이 생겼다.
"아무것도 아닐 순 없겠지만, 그렇지만 너는 제자리로 돌아올 거고, 다시 걸어갈 거야."
하고 얘기해주는 것만 같아서, 이런 순간마다 내게 구원자가 되어주는 나의 최애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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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기다리던 차운 바람이 분다.
찬바람이 불면 나는 더 다정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기대와는 달리 찬바람이 이렇게 서늘하게 느껴지게 되어버렸다.
기워낸 몸과 마음 사이로 바람이 들어 나는 펄럭거리겠지만, 그래도 나서야지. 다시 길을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