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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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키드였던 나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락에 심취해있었다.
그리고 거의 모든 락앤롤 키드가 그러하듯, 기타를 치고 싶었다.
내가 5학년 되었을 때, 네 살 터울의 오빠가 기타를 치기 시작했다.
'와, 기타라는 게 우리 집에 왔어!'
오빠에게 나도 가르쳐 달라고 했다. 퍽 다정한 편인 오빠는 나에게 간단한 코드를 알려주었지만, 손끝으로 쇠줄을 누르는 것은 너무 아팠다.
"에이! 못하겠다!"
그대로 그만두고, 딩기 당가 기타를 치는 오빠를 뒤에서 가만히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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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 쭉, 집에는 기타가 있었고 오빠는 기타를 쳤다.
그동안 나는 세네 번 이상 기타를 배우려고 시도했다. 4년 전 한번, 몇 개월 전 또 한 번. 나는 다시 오빠에게 기타를 배우다 멈췄다. 너무 어려운 곡을 고른 바람에 도저히 진도를 나갈 수 없었다.
그리고 2주 전, 또다시 오빠에게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다. 지난 레슨으로부터 교훈을 얻어 연습곡의 난이도를 조절했다. 이번 곡은 <걱정 말아요, 그대>.
노래는 내게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만 나는 또 걱정이 되었다.
'이번에도 또 멈춰 서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었다. 그런데 제목 덕분인지 연습 9일째인 오늘, 처음으로 기타 연주가 된다는 '기분'이 들었다. 어디까지나 기분이지만 이런 기분은 처음이야..
'이러다 정말 완곡을 하는 건 아닐까?!' '그럼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려야 하나?!' 하는 설레발과 설레임을 가득 안고 오늘의 연습을 마쳤다. 와, 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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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워낙 질척거리는 성격인 건 알았지만, 기타를 향한 나의 짝사랑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정말 대단하다 싶다. '이렇게 될 거, 빨리 좀 시작했으면 오죽 좋아.' 하고 엄마 같은 잔소리가 나오기도 하고.
하지만 지금까지 마음을 품고, 어떻게든 해보겠다며 계속해서 시도하는 걸 보면 기특하기도 하다.
그래, 딴생각 말고 기특해하기만 하자.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다고 인권이 형님도 얘기해주지 않더냐. 그럼 나도 응당 '새로운 꿈을 꾸겠다' 답해야지. 그것이 인지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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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곡을 편안하게 연주하는 꿈, 내가 작곡한 노래를 연주하는 꿈, 그리고 그동안 품어왔던 꿈들을 놓지 않을 것이다. 계속 '새롭게 꾸겠다'고 말할 것이다. 아직은 어눌한 기타 연주지만 그 마음을 얹어 연습해 갈 것이다.
또다시 귀찮고 지루하고 하기 싫어질지도 모르지만, 다른 사정으로 또 멈추게 될지도 모르지만,
끝내는 다시 할 것이다. 늘 새로운 꿈일 테니까.
아, 사람에게 꿈을 꾸게 하는, 노래란, 음악이란, 이토록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