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안젤리나 졸리

by 릴리슈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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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제부속을 이빨에 10개씩 붙여둔 것이 편할리 전혀 없다.

그러나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배운 로고테라피적 입장에서 보았을 때, '산다는 것은 시련을 감내하는 것이며,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 시련 속에서 어떤 의미를 찾아야 하'므로, 이 이물감이 주는 불쾌함 속에서도 끝내 찾아낸 이 브라켓의 의미가 있었으니 그것은

'일시적 입술성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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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아버지 모두 입이 작고 입술이 얇으니 무엇을 더 기대할 것이 없다.

그래도 그렇지 그런 우리집에서 하필이면 또 내가 제일 입이 작고 입술이 얇다니 좀 너무한다. '하늘 아래 같은 색조화장품이 없다' 라는 명제를 내가 립제품에 대해서만은 느껴볼 수 조차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뭘 발라도 차이가 없다, 아니 뭘 바르긴 했냐고 묻는다.


예전의 직장 선배는 나에게 "oo야, 이정도면 입이 아니고 부리 아니냐?" 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도저히 뭐라고 응대할 수 없는 적절한 비유여서, 안그래도 작은 내 그 입술이 사라지도록 꾹 깨물며 울분을 삼킬 수 밖에 없었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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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친구들이 가져오는 색색의 립스틱이며 틴트같은 것들에 아무 감흥없이 살아왔는데, 브라켓들이 내 입안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은 다음부터는, 뭔가. 달라졌다.

입술이 통통하다.


* 입술의 3단 변화 (노메이컵 극사실화 - 입술을 조금 그림 - 브라켓으로 통통해짐 - 그래봐야 멀었)


그래봐야 새부리가 안젤리나 졸리가 되겠는가마는.. 그래도 입술에 뭔가를 발랐을 때 색깔을 분별해낼 수 있는 정도의 표면적이 생겼으니,, 감격스러웠다. 립스틱을 사러 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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