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묘한 냉장고 자석_ 2

by 릴리슈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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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웠던 여행지에서 사기로 했는데, 이번 여행에서 사도 될까?'

여행에서 느꼈던 감정들을 몇 개의 폴더에 분류해보려 애쓰며 공항 안 기념품 가게를 빙글빙글 돌았다.

'즐거움'이 50% 이상이어야 살 수 있는데...'

이름붙일 수 없는 감정들이 유독 엉키어진 여행이어서, 얼른 계산이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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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제주로 떠나기로 한 이유는 한가지였다. 엄마의 신혼집터를 찾아가는 것.

제주에 자리잡은 경상도 남자를 따라 제주로 넘어간 엄마의 첫번째 집이 있던 자리. 제주를 떠난지 40여년이 된 엄마는 늘 그 자리를 궁금해했다.

"가보면 되지." 그게 뭐 별거라고. 나는 비행기표를 샀다.


출발하기 이틀 전, 엄마는 묘한 얼굴을 하고 내 방으로 왔다.

"근데.. 막상 갔는데.. 안가보고 싶으면 어떡하지?" 엄마는 조심스레 물었다.

행복했던 신혼의 몇 년이 지나고, 첫 아기가 태어나며 고되어진 생활. 엄마는 그 시절이 어떤 모양으로 되살아날지 몰라 두려웠던 모양이다. "응, 그럼 차에서 내리지 말고 지나가면 되지." 이틀밤을 자고 우리는 비행기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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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대물 아세요? 거기에 잘생긴 외소나무가 있었는데. 왜, 산천단 가는 길에요."

제주에 도착해서 택시나 버스기사를 만날 때마다 엄마는 물었다.

"엄마, 나 어딘지 다 찾아봤어. 이대로 가면 돼." 그래도 엄마는 물었다.

그리고 우리는 외소나무가 있는 제주대학 앞에 도착했다.


"저 소나무 자리! 근데 저 소나무가 아닌데. 훨씬 잘생긴 소나무였는데."

커다란 소나무 앞에는 왕복 4차선 대로가 시원하게 포장되어 있었다. 그리고 엄마는 대로 옆으로 난 조그만 오솔길을 향해 내 팔을 잡아당겼다. "저기, 저 오솔길. 엄마가 다니던 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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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솔길 초입에는 문이 잠긴 커다란 집이 있었다. "아니 이 집이 아직도 있네? 그리고 저 돌도."

집 앞에는 제주식 대문인 정방의 돌이 있었다.

"그래, 딱 이 돌이야. 이 돌."

나는 엄마의 뒤를 좇으며 구멍이 세 개 난 검은돌과 포장된 오솔길을 사진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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