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묘한 냉장고 자석_ 4

오늘은 나야

by 릴리슈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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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엄마의 마음이 참 복잡스럽겠구나. 했는데 그 기분을 다음날 내가 바로 느낄 줄이야.


제주도에 늘상 가고 싶었던 이유는 대학교 때 동아리 사람들과 함께 왔던 우도의 기억 때문이었다.

6월 말, 비를 뚫고 들어온 우도에 관광객이라곤 우리뿐이었다.

모두가 이른 저녁을 먹고 늘어져 있는 새, 나는 혼자 자전거를 타고 나왔다. 비가 거두어진 우도는 여전히 흐렸지만 촉촉했다. 세차게 발을 굴러 우도의 골목골목을 누볐다. 이루 말할 수 없이 청량한 공기만 가득한 길엔 나와 엠피쓰리 속에서 노래를 불러주는 사람들, 휘영청 줄을 늘어뜨린 전봇대들 뿐이었다. 아. 그때 흘러나오던 노래 가사는 또 어땠는지. "내일은 마음도 하늘도 멋진 파란색일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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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가자고? 그럼 우도는 무조건이지!"

제주라면 저 장면이 늘 뇌내 자동 재생됐으므로, 이번 짧은 일정에도 우도를 구겨 넣었다. 그렇게 십수 년 만에 우도를 다시 찾았는데.. 나처럼 연휴를 맞아 우도를 찾은 수많은 사람들, 이상 기온으로 추석에도 한더위인 날씨, 사방에서 달려오는 전기차와 오토바이, 투어버스.. 우도는 딴사람 같았다.


'아니야, 그치만 산호사 해변은 여전할 거야.'

우도를 돌아보는 내내, 마지막 코스인 산호사 해변은 그 느낌 그대로일 거라는 막연한 믿음을 가지며 나를 다독였다. 그리고 마침내 산호사 해변. 눈부신 햇살에 더욱 반짝이는 물결이며 산호모래를 보며 엄마는 탄성을 질렀고, 산호사 해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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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호사 해변은 여전했다.

근데 내 마음은 왜 이래?


해변의 모양은 똑같은데, 그 앞의 나는 너무 다르다. 여전한 해변 앞이라 달라진 내 모양이 더욱 극명하다.

'해변이 그대로일까만 생각 했지, 내가 달라졌을 것은 생각조차 안 해봤네..'


더 이상 그때처럼 다 함께 쌀이며 냄비를 싸 짊어지고 다니며 열흘씩 다닐 수 있는 때가 아닌데, 그 시절 지나간 지 한참 오랜데. 너무 바쁘게 살아서, 시절이 어떻게 지나간 줄도 모르고, 나는 다 그대로일 거라 생각하고. 아니 달라졌을 것을 생각조차 못하고. 한숨 돌려 정신 차려보니 나야말로 딴사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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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로 해변의 저 끝에서 이 끝까지 걸었다. 다시 신발을 신으려 발에 묻은 산호모래들을 터는 엄마 옆에서 같이 발을 털며 엄마에게 말을 건넸다.


"엄마... 어제 동창회에서 첫사랑 만난 것 같다 그랬지?... 오늘은 내가 만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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