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세상은 그대로여서 나는

얼굴을 조금 일그러뜨리며 쓰게 웃었다.

by 릴리슈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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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렇게 바쁜 마음이 오늘은 미동도 없이 가만하다. 납덩이처럼 앉아서 가만히 핸드폰을 들여다보았다.

나는 할 말이 없어 다른 사람들의 언어를 기다렸다. 그것들로 위로를 삼아보려고 했지만

여러 기억들이 튀어나오고 뒤섞이는 바람에 외려 마음은 부풀었다. 반쯤 어둡고 뿌연 바다에 들어가는 것처럼 부푼 마음에 잠겼다. 나를 띄우던 물이 이제는 나를 자꾸만 밑으로 데려가는 것 같다. 기압이 낮아지는 듯 머리와 귀가 멍해졌다. 움직임이 느려지고 조류에 흔들리는 머리카락처럼 보이는 모든 것들이 유유히 하늘거렸다. 온 사방이 물인데 내게서도 물이 나왔다. 오늘 만들어진 눈물이 오래된 눈물과 뒤섞여서 두어 방울 찔끔 나오다, 말았다.


바닷속엔 여전히 납작한 열대어들이 두터운 바다거북이 팔뚝만한 반짝이는 물고기들이 내 등 뒤로 옆으로 위로 아래로 지나간다. 고개를 돌려 이쪽저쪽으로 달려 나가거나 유유히 흘러가는 생명들을 좇았다. 그렇게 세상은 그대로여서 나는 얼굴을 조금 일그러뜨리며 쓰게 웃었다. 아직 남아있었는지 뒤섞인 눈물이 한 방울, 찔끔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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