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금니와 인류애가 한번에 파사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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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이 흘렀다.
일주일이면 된다고 했지만 연락이 없기에 더 기다렸는데 이주가 지나도 연락이 없다. 음? 전화를 했더니
"아이고~ 내가 그걸 깜빡했네. 미안해요 미안해. 내가 오늘 바로 공장에 보낼게~"
네? 사장님? 잊어버렸다고요? 네에?? 네에에에?????
거래를 잊어버릴 수도 있다. 정말 잊어버릴 수도 있지. 그러나 그걸 대강 넘어가려고 하는 말투에 불쾌감이 치솟으며 거기다 더해 예민한 악기를 그렇게 무신경한 사람의 더 오래 맡겨둬야 한다고 생각하니 이마에 손이 절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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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인질이 거기에 있다.
내 야금이에게 화풀이라도 할까 싶은 쫄보 마음에 어금니를 꽉 깨물고 단전에 힘을 넣어 천천히 말을 꺼냈다.
"그르늬끄아요 스증늼... 으어즥도.. 즈에.. 으악긔를... 조유를 으안흐아싀엇따그여....."
(그러니까요 사장님... 아직도.. 저의.. 악기를... 조율을 안 하셨다고요...)
"아이고 미안하게 됐어요. 내가 그, 다음 주까지 해놓을게요."
"그르그 즈에그아 드아음주브트어 드어달그안 한극으에 으업어요 스아즈앙늼..."
(그리고 제가 다음 주부터 두 달 동안 한국에 없어요 사장님...)
_ 어금니 파사삭
나는 다시 한번 단전에 힘을 주어 분노를 붙잡고 나의 출국 일정을 읊었다.
결국 퀵으로 부쳐주겠다는 말 끝에 전화를 끊고. 나는 허공에 포효했다. 으따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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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 다음날, 혈육으로부터 본가에 나의 야금이가 잘 도착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고
두 달 후, 한국으로 돌아와 가야금을 확인하는데...
안족(줄을 얹어놓는 기러기발 모양의 부속품)에 잔뜩 스크래치가 나있고, 그 사이 또 줄이 끊어져 있다.
와... 진짜 와다 와.
정말 같은 국악사에 맡기고 싶지 않았지만 배상은 받아야겠다 싶어 한번 더 보내서 안족을 새 것으로 바꾸고 줄도 다시 바꾸었다. 그러나... 줄은 또 몇 개월 가지 않아 끊어졌다... 인류애 파사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