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율 한번 해주세요_ 3

다시 이을 수도 있지.

by 릴리슈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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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 없게도 아니 무척 그럼직하게도, 줄이 끊어진 뒤 가야금을 타지 않았다.

하던 공부도 있었거니와 일을 다시 찾아 시작하고 적응하느라 책상 옆에서 말이 없는 가야금을 다시 데리고 어디론가 왔다 갔다 할 기력은커녕 믿음직한 국악사를 다시 찾아볼 기세조차 없어졌다. 그러고 보니 저렇게 끊어진 채로 둔 지가 얼마나 됐지? 음... 벌써 2년이다.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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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쏜살같다'고들 한다.

언젠가 저 말이 정말로 쏜 화살처럼 가슴에 박히던 날이 있었다.

'세월이 쏜 화살과 같다고?'

누가 처음 쓴 말일까. 쏜 화살에 어디 한구석 스쳐 번쩍 정신이 들었을쯤 했을 법한 말이다. 그 사람도 나처럼 문득 식겁해서 꺼낸 말인지도 모른다. "뭣이? 00년이나 됐다고??" 하며.


아무도 나에게 딱히 요청하진 않겠지만 나에게 세월에 관한 잠언을 하나 만들어보라고 한다면 나는

'세월이 끊어진 가야금 줄 날아가는 것 같다'....라고 레퍼런스가 한껏 느껴지도록 우겨 만들 것이다.

눈에 잡히지 않을 정도로 순식간인데다, 튕겨나가는 줄에 맞으면 많이 아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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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히 많았던 꿈들 중 내 손에 잡힌 것이 무엇인가 혹은 잡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알 수가 없다.

지나간 꿈들을 손으로 꼽았다 펼쳤다 한다. 가야금도 조그만 부스러기 꿈 중 하나였지.

튕겨나간 줄에 맞은 손등을 비비는 기분이 된다.


'줄이 끊어지면 많이 귀찮고 아프지!'

'응. 맞어.'

'그치만 다시 이을 수도 있지!'

'... 그래?'

'그럼!'


누구신진 모르겠는데 누가 속에서 외친다.

그래! 그렇게 외쳐줘서 고맙다!

그치만 취미 가야그머의 신분으로는 20만 원짜리 조율도 도저히 못하겠네!

조금만 더 내 신분에 맞는 곳으로 알아볼게! 어서 곰방 뚱땅거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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