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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없는 기분>을 읽었다.
"그 마음에 좀 더 머물러 보면 어떨까?
다시 들어가서 천천히 보자고요. 내가 아버지의 얼굴을 보면, 어떤 마음인지."
pg184
아버지와의 좋은 기억을 이야기하는 일은 불편하고 어려웠다. 괴로웠던 일을 말하는 일보다 훨씬 더.
pg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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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유치원을 가지 않았던가, 아버지와 둘이 아침밥을 먹고 있었다.
아버지는 새우젓을 좋아했다. 희여멀건하고 조그만 것들을 맛있게도 잡쉈다.
"아빠 그거 맛있어?"
아버지는 내가 뜬 밥 한술에 조그만 새우 몇 마리를 올려주며 말했다.
"이거 먹으면 커다란 새우 몇 마리 먹는 거랑 같은 거야."
새우젓의 짭조롬한 맛과 먼바다에서 불어오는 향긋한 짠내가 꽤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그건 아빠가 좋아하는 것이고 아빠가 얹어주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는 맛이 좋다고 말했다. 아빠는 그 뒤로 몇 번을 더 얹어주었다. 나는 참 맛있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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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버지의 얼굴을 보면, 어떤 마음인가?
더덕더덕 들러붙어 엉겨있는 수가지의 감정들을 모두 떼어내면 아주 작고 초라해보이는 마음이 남는다.
'뭐야 왜 아직도 그러고 있어? 왜 아직도 초라해보이는거야?'
사랑받고 싶었다는 마음이 아직도 큰 소리는 내지 못하고 희쭈그레하게 있다.
화가 부르르 올랐다가, 다시 삭아진다.
'아휴. 그래, 그래도 너였다는거 알았으니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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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아주 조금 열어봤더니, 역시나 불안하고 무섭다.
모르는 척하고 얼른 도로 닫아버리고 싶지만, 그러면 고장난 데를 고칠 수 없겠지.
pg1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