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0

2019년의 80퍼센트 끝에 선 나에게

by 릴리슈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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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셜미디어에는 한 해가 얼마나 남았는지를 퍼센트와 막대그래프로 알려주는 유저가 있다.

올해가 70퍼센트 지났을 때 알게 되어 팔로우를 했는데 엊그제 보니 올해가 80퍼센트 지났단다.

80퍼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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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이 돼서야 비로소 모든 것이 리셋되어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은 어디서 배워서 이렇게 까먹지도 않고 잘 가지고 있는지. 70이나 85 같은 숫자들을 볼 때마다 ‘야, 약간 망한 듯?’ 하고 퍼져버리고 싶은 마음이 스물스물 퍼져나가곤 하지만 이내 곧 정신이 든다.


서른 이후의 삶을 생각해본 적이 없던 10대 소녀도 어느덧 서른을 넘긴 지 꽤이기 때문이어서 그런가.

락스피릿으로 충만하여 불나방처럼 삶을 불살라보겠다는 기세는 모두 어디로 갔다. 수도하는 마음으로 차분히 차곡차곡 나이를 먹어서 진짜 나이의 값어치를 하고 싶은 마음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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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이 90이 되고 100이 되고 다시 0이 되고 또 80이 된다.

영영 져 사라져 버리는 것 같던 벚꽃도 다시 핀다.

그래서 ‘오늘 지나면 내일이 올 지 안 올지 몰라요!’라는 말보다 ‘오늘과 비슷한 하루가 반복해서 돌아올 확률이 매우 높다’는 사실이 더 무섭다. 그러니 오늘을 0이라고 생각하고 살자. 어제의 구림, 엊그제 해냈던 약간 대단해보였던 것들도 다 잊고, 그렇다고 내년에 다시 필 벚꽃을 벌써 기다릴 것도 없이. 아무것도 없는 오늘을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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