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자기 분위기 편지
"근데 아이야 그거 아니? 단언컨대 삶은 아름답지 못하다.
귀여운 것도 하루 이틀이야. 넌 이제 엄마를 공유해야 해, 게다가 걔가 크면 너랑 같이 놀자고 성화를 낼 거야. 네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달라고 떼를 쓸 거야. 그리고 네가 주지 않으면 엄마한테 가서 이를 거야. 엄마는 때론 동생 편만 들어주는 것처럼 보일 거야. 넌 세상에 너 혼자 있는 것 같을 거고. 세상에 네 편이라곤 아무도 없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어. 걔가 자라면 몰래 네 옷을 입고 나가버릴 수도 있어. 어제 네가 새로 산 캘빈클라인 티셔츠를. 그때쯤이면 서로를 유령 보듯 할 확률이 더 높긴 하지만..
거기서 좀 더 자라면 걔가 매일 새벽까지 술을 퍼먹고 들어올 수도 있어. 집에 전화 따윈 하지 않지. 간혹 아침에 들어올 수도. 근데 학교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세 권이나 길바닥에 내팽개치고 온 걸 수도 있어. 그리고 그중에 절판된 책이 있어서 책값을 두 배로 물어줘야 될 수도 있어. 그러다 지 몸뚱이만 한 이민가방을 끌고 갑자기 바다 건너 어디론가 가버릴 수도 있어. 몇 개월이라더니 십 년 뒤에나 돌아올 수도 있어. 좀 달라진 것 같기도, 그래도 똑같은 것 같기도 해서 영 이상한 기분이 들 수도 있어. 그런데 얘가 뭘 또 새로 해보겠다고 막 손끝은 드릉드릉하는데 체력은 고로롱고로롱해서 영 쓸모가 없어 보일 수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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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있잖아. 아이야. 너도 삶이 고단할 때가 많겠지만 그래도 처음에 너가 느꼈던 그 마음 말야. 뭔쥬 알지?
뭐냐고? 나는 몰라. 난 동생이라서.. 여튼 너가 느꼈던 그 마음을 잘 가지고 있어 주면, 그 마음을 아주 가끔의 한 번씩이라도 비쳐주면, 너의 작은 번데기는 번데기에서 멈춰버릴까 하다가도 다시 힘을 낼 거야. 그래서 나비든, 좀 더 멋진 번데기든, 뭐가 됐든, 어쨌건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자라려고 하는 마음만큼은 멈추지 않을 거야.
그럼 걔는 너한테 뭘 해주냐고? 걔는 네가 준 빛을 잊어버리지 않을 거야. 평생 기억할 거야. 짧고 긴 순간마다 그 빛을 생각할 거야. 그걸 기억하고 있다고 너에게 때때로 아무렇지 않게 말할 거야.
응? 그게 끝이냐고? 응. 그게 끝이야. 근데 그 말이 어떤 순간의 너를 일으켜줄 거고, 너는 온 세상 같은 무게의 네 편 한 사람을 가졌다는 걸 알게 될 거야.
그래서 단언컨대 삶은 신기하고.. 또 아름다운 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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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번데기인 지금부터, 또 귀여운 구석이라곤 찾기 어려운 거대 번데기가 될 나중의 동생까지, 최대한 많은 순간을 사랑해주고 사랑받기를 바라.
잊지 못할 하루를 보냈을 아이야, 그럼 푹 잘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