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데기 그림
아이가 자신이 그린 그림을 설명한다.
초생달처럼 가늘게 휜 눈도, 한껏 솟아 오른 뽀얀 두 볼도 모두 반짝거린다.
"이건 동생이에요. 너무너무 귀엽죠?"
"아.. 그.. 그렇구나.."
포대에 돌돌 싸인 아가였구나.. 미안해.. 주름이 있길래 번데기인 줄 알았어 ㅜㅜ
마음속으로 석고대죄를 했다.
"아.. 아직 아가인가 보다. 몇 살이에요?"
"음~ 음~"
"한 살? 두 살?"
"음~ 아니에요."
"그럼?"
"음~ 빵 살. 아니다 빵 살도 아니에요."
"음?"
"엄마 뱃속에 있어요!"
"아?근데 아까 되게 귀엽다고 했잖아요?!"
"네! 귀여워요! 제 동생이니까!"
_ 저기요 아이님, 아직 얼굴도 못 본 뱃속 꼬물이를 귀여워하시는 아이님이 더 귀여우시거든요 _ 라고 한껏 궁서체로 말해주고 싶었지만 잘 참았다.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동생을 생각만 해도 눈에서 별을 폭포수처럼 뽑아내던 아이여. 그 아이를 오늘은 만나지 못했다. 아이는 오늘 동생을 만나러 갔다. 이미 귀여운 동생을 보러 간다며 옷을 챙겨 입을 때에, 길을 나설 때에, 드디어 유리 너머로 하얀 포대에 돌돌 감긴 발그레한 동생의, 감은 눈을 보았을 때에, 조그맣지만 또렷이 솟은 콧대를 보았을 때에, 옴싹대는 손가락을 보았을 때에, 아이는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 3n년 전, 첫만남.
3n 년 전, 한 아이가 처음으로 동생이란 것을 만났을 때의 사진을 가지고 있다. 카키색 포대에 돌돌 감긴 커다란 덩어리를 어정쩡하게 안은 네 살배기 남자아이는 배시시 웃고 있다. 멜빵바지를 입은 두 다리는 쭉 펴고 있지만 발끝은 안쪽으로 다소곳이 모아져 있는 것으로 보아, 아기에게 조금 낯을 가리고 있던 것으로 추측된다.
한편 아이에게 안긴 아기의 얼굴은 '이건 또 뭐야_' 하는 다소 썩은.. 표정이다.
'이건 왜 이렇게 불편해?' 라며 자기를 어색하게 안고 있는 존재를 불편한 잠자리 정도로 여기고 있거나 혹은
'여긴 또 뭐야? 아 느낌상 여긴 아닌 것 같은데..' 라며 뭔가 뽑기를 잘못했다는 예감을 강하게 느끼고 있는 듯한 그런 표정으로..
그 이후로도 쭉_ 남자아이는 자신보다 네 살 아래의 존재에게 가끔 낯을 가리고, 다소 불편한 표정을 하고 있던 아기도 여전히 불편한 표정을 숨기지 않으며 뽑기를 좀 더 잘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을 가끔 하고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