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 지우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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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보여준 영상에서는 정말 지우개가 덜덜 거리면서 움직이며 연필선을 지워주고 있었다.
"지우개질이 힘들어서, 이거 있으면 어떨까 싶어."
뭘 사달라고 하지 않는 여사님이 딸에게 뭔가 사고 싶다고 말하는 것은 어디서 사야 할지 몰라서이다.
그리고 정말로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여사님이 뭘 얘기하면 바로 사드린다.
_ 와, 나 좀 멋진데? 근데 생각해보면 비싼 것이 하나도 없다. 에이.. 김여사가 그러면 그렇지..
어쨌든 전동 지우개가 뭐 별거냐. 당장 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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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터칼 모양의 전동 지우개가 도착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건전지를 끼워 전원을 켰다.
"윙윙윙윙윙윙-"
".... 아..."
지우개의 첫 번째 퍼포먼스를 지켜보던 가족들 모두 탄식을 흘렸다. 누가 봐도 이건 좀..
1. 지우개가 지우는 면적이 생각보다 작고
2. 지우는 힘이 생각보다 생각보다 약하고
3. 소리가 생각보다 컸다.
는 것이 나의 분석이라면, 물건을 오더 하신 김여사의 총평은
"이까 어느 천년에 다 지우나. 참말로."
(= 이렇게 느리고 약해서 내가 원하는 면적을 언제 다 지울 수 있겠는가. 정말로.)였다.
전동 지우개는 두 번째 퍼포먼스를 선보이지 못한 채로 그대로 필기구함으로 유배되었다.
"니가 사줬는데 야, 미안하다"
"아유, 써봐야지 알지. 우리가 어떻게 알았겠어. 괜찮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