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그림이 아니어도 좋다._ 3

사실 그것은

by 릴리슈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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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수업을 계속하지 못하게 되어, 어머니의 그림의 계절은 지금 잠시 동면기다.

전동 지우개 때문은 아닌데 뭔가 찝찌부리한 기분이 있다. 좀 더 슈퍼멋진비싼 지우개를 사드렸으면 계속 그리셨을까. 아님 내가 좀 더 챙겨드렸으면, 엄마가 조금 더 건강했으면, 마음의 여유가 있었으면. 아니면..


지금은 어머니 당신이 원하는 대로 운동의 계절을 즐거이 보내고 계시지만,

운동의 계절 사이사이에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다시 자리 잡았으면 하는 것이 내 욕심이다.

당신이 원하던 모양을 향해 아직은 더디고 무딘 손을 쉼 없이 연습시키며 원하던 모양으로 조금씩 다가가던, 그 느린 발걸음을 보고 싶다. 온전히 당신만을 위한 것으로, 당신이 원하는 것으로, 못난 남편과 아직도 어리기만 한 자식들의 앞뒤 걱정 없이 그저 당신의 기쁨과 성장을 향해서만, 원하는 만큼씩만 천천히 걸어가셨으면 좋겠다.

그러니 사실 그것은 그림이 아니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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