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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생 인시(새벽 4시경) 기도를 하는 아버지 덕분인지, 성당을 주름잡던 어머니 덕분인지, 어릴 때부터 기도하며 컸다. 미취학 아동일 때부터 5단짜리 묵주를 들고 신심을 뽐내며 동네를 누비는 바람에 나와 우리 가족 모두 동네의 유명인이 되었다. 나의 신심은 백 퍼센트 기복신앙에서 비롯된 것이라, 내 기도의 주제는 "큰집에 살게 해 주세요"였다. 그리고 기도는? 놀랍게도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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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내가 기도의 맛?을 알게 된 것은 아마 기도를 들어주셨기 때문인 것 같은데..
'하느님의 은덕 + 수녀님이 주시는 간식'의 투콤보를 통해 나는 수녀님이라는 꿈을 장래희망으로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아버지를 닮아 술을 좋아하는 성징으로 '이렇게 방탕한 생활을 놓을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꿈을 포기하게 되고 종교도 놓게 된 것.. 은 아니고 그냥 가치관이 바뀐 것.
그러나 기도하는 사람에게서는 늘 향내가 나는 것이라, 맑고 고운 향내에 대한 동경으로 나는 기도를 놓지 않으려 노력했다. 물론 기도를 한다고 인간이 바뀌지는 않는다. 다만 기도를 통해 반인반수인 인간이 그중 반인의 모습을 좀 더 발현해내려는 노력을 견지할 수 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하여 '내, 술은 먹지만 기도는 한다.' '내, 새벽 네시에 자지만 기도는 한다.' '내, .... ' 그만.. 그만...
어쨌든 기도는 꼭 하자는 마음으로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