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떠나도 괜찮아_ 6

by 릴리슈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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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육면 대회에서 일등 한 요리사의 가게에 찾아갔다. 어머니는 맛을 보더니 이거 혹시 상한 것은 아니냐며 진심으로 의혹을 제기했다. 유명한 망고빙수집에 가서는 대만 모기에게 잔뜩 물리며 엄마의 피부과 내원 시대가 개막되었다. 그런 엄마를 위로하려고 유명한 회타운에 어렵게 찾아갔는데 선술집처럼 서서 먹어야 하는 곳이었다. 우리는 선 채로 울면서 회를 씹었다. 하루는 미라마 대관람차를 타러 갔다. 어머니가 무서워해서 나는 엄마를 응원했지만 나는 실은 폐소 공포가 있는 사람이다. 나야말로 정말 울고 싶었지만 엄마가 더 무서워할까 봐 꾹 참고 되게 신나는 척했다. 대만에 왔으면 컨딩에서 스쿠버 다이빙해야 한대서 갔는데 중국어로 설명해주어서 눈치로만 대강 알아듣고 바다에 들어갔다. 별 탈 없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좀 아찔하다. 어쨌든 다행히도 무사히 대만 생활을 끝마치고 안전하게 홈스윗홈으로 돌아왔다. 그게 벌써 2년도 훨씬 넘은 일이다.


어머니는 집에서 간혹 중국어를 사용하신다. "요이디엔!" '약간'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크게 웃는다. "야 근데 그거 말고는 진짜 하나도 기억이 안 나!"

'어머니, 제가 말씀은 안 드렸는데 저도 그래요.' 하고 나는 속으로만 말하고 모른 척 따라 웃는다.

2학기에도 나는 원어민 교수님과 슬픈 몸짓으로 의사소통을 나누었다. 교수님은 그때마다 따뜻하고 다정하게 대해주셨다. 그리고 저에게 C를 주셨지요.. 그러니까 두 달 남짓의 어학연수는 내게 강렬한 중국어를 남기지는 못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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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억지로 겨우겨우 꾸준히 영어를 공부하고 있다. 늘지 않는다는 느낌은 자주 들어서, 그럴 때마다 어디 가까운 데로 한두 달 가볼까? 하는 허튼 생각에 잠겨 열심히 인터넷을 검색한다. (이제 보니 이거 습관성.) 그러다 대만의 뜨거운 나날을 떠올린다. 기억나니? 어학원에 등록하던 나를 상상 속으로 소환하여 어깨를 잡고 잔뜩 흔들곤 했었지.. 그러니 정신 차렷!


해내야 한다는 강박, 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부리는 욕심, 저 너머에선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환상, 무엇을 빌미로 어디론가 떠나려는 마음들을 얼르고 달래어본다. 안 떠나도 괜찮으니까, 꼭 떠나야만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는 것만큼 하자. 일상의 반복을 견디어보자. 내 더딘 발걸음을 견디어 보자. 그렇게 뿌리가 조금씩 더 단단해질 때까지 지긋하게 머물러보자. 그럼 내가 품은 씨앗들을 바람이 가볍게 옮겨줄 날이 올 거야.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그러니까. 원한다면 떠나도 괜찮지만, 실은 안 떠나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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