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가위만 사랑했던 건 아니야_ 1

by 릴리슈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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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3학년 때였나.

어느 잡지사였나 무슨 기업에서 홍콩 여행을 보내줄 테니 여행 계획을 짜보라는 공모전이 있어 절친과 함께 야심 차게 준비했다. 홍콩을 사랑한 왕가위와 그를 사랑했던 나의 마음을 고백하며 PPT를 시작했던 것 같은데, 담당자는 그런 PPT를 백 두 개쯤 보았을 것이므로 당연히 탈락.

아깝게 떨어지진 않았겠으나 아쉬운 마음은 숨길 수 없어,

'자 그럼 그냥 우리 비행기표만 끊어서라도 가보자!' 하는 흐름으로 이십 대 청춘물을 완성했으면 좋았을 텐데, 어영부영하다 그냥 지나갔다. 하이퍼 리얼리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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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친구는 그 뒤로 한번쯤 홍콩에 갔었던가? 어느날 갑자기 연락이 왔다.

"야, 나와봐"

친구는 환한 표정으로 부스럭거리며 작은 봉다리를 꺼냈다.

"야, 이거 이틀밖에 안지났어. 지금 당장 먹어."

"이게 뭔데?"

"에그 타르트."


홍콩 것이었는지, 아니었는지, 일본 것이었는지 대만 것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만 우리는 에그타르트를 앞에 두고 한참동안 추억은 방울방울 놀이를 하였다.

"그래, 남이 보내주는 홍콩 한번 가보려고 컴퓨터 부여잡고 애 참 많이 썼지.."

"랜선 속에 맛집이 많았는데... 야, 딤섬, 어?어?"

"캬.. 딤섬...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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