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아아아아아아아악

굉음의 드라이기

by 릴리슈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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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야하나 하고 일년 넘게 고민하고 있다. 드라이기.

한번 사면 뭐든 큰 고장없이 오래오래 쓰는 편인데 이번 드라이기는 산지 일년 쯤 되었을 때 긴머리가 휘말려 들어가는 바람에 좀 이상해졌다. 그렇게 시끄럽지 않은 친구였는데, 그 뒤로는 강풍으로 틀 때마다 괴성을 지른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이게 또 하필이면 머리 가까이에서 사용하는 제품이다보니 내 귀에 괴성이 직방으로 들려온다.

게다가 머리는 길어서 한참을 사용해야하는데 괴성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약풍으로 사용하니 머리 말리는게 한나절이다. 그래서 머리를 짧게 잘랐다.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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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센터를 찾아보니 찾아가기엔 좀 멀고, 택배로 부치자니 아무래도 전자제품이라 오고 가는 것이 신경이 쓰이고, 또 막상 보냈는데 잘 고쳐지지 않거나 수리비용이 너무 많이 들면? 그 돈으로 하나 사는게 낫지 않은가 하고 버틴 것이 또 일년이 더 넘었다. 그러는 사이 이 친구의 고음이 더 높아지고 성량이 커졌다. 나 모르게 어디 레슨이라도 다니는가보다. 이렇게 내버려두다간 드라이기가 터지는 건 아닌가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물질풍요의 시대 속에서 무언가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끝없이 견주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합리적 소비'를 하고자 하는 욕망이 적은 예산을 넘어 설 때 이런 사단이 난다. 좋은 제품을 끝없이 추천받다 끝내는 '그냥 이거 좀 더 쓸까?' 하는 마음이 생긴다. 그리고 그 전에, 실은 드라이기를 사야 한다는 것조차 잊고 지낸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머리칼을 수건으로 틀어 잡고 드라이기의 버튼을 올리고 나서야, 그 굉음을 귓가에 때려박을때서야 앗차.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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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간의 주말을 한시도 빼놓지 않고 알뜰하게 무용히 보낸 뒤 일요일 밤 10시.

눈에 들어오는 드라이기의 뒷모습을 보며, 황급히 드라이기를 검색할 것인가 아니면 당장 내일부터 다시 굉음을 버틸 것인가를 고민하다 질문한다. 합리적 소비를 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오. 출근을 목전에 둔 지금은 그럴 의지가 없으니 한 번 더 미뤄보도록 하지요. 머리도 짧아졌으니 그 정도 시간은 견딜만 한 듯 하오. 그러니 남은 2019년까지는 저 친구와 함께 계속 가보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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