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정하지 못한 일기_ 7

by 릴리슈슈



몸을 이리저리 늘리고 비틀고 조이다 자리에 누우면, 일상에서 쌓인 먼지들이 털려 나가고 깊은 곳에서 나를 움직이는 오래된 기억들이 드러난다.


기억은 오래됐지만 감정은 싱싱하다.

어떤 감정은 어찌나 펄떡거리는지, 기억의 꼬리 끝을 잡고 있는 나도 휘청휘청 거리게 된다.

바로 어제 것 같은 감정들을 가만히 바라본다. 눈물이 나서 귓바퀴로 쏙 들어가기도 하고 코가 맹맹해지기도 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가만히 누워 있으면 싱싱한 감정들도 잠잠해진다.


자리에 앉는다.

두개골 가장 높은 곳과 꼬리뼈 가장 끝으로 하늘을 이은 양, 땅을 밀어내는 양 척추를 세운다. 온전히 세워지는 지점을 찾아 몸을 조금씩 움직이다 그 지점을 만나면, 몸의 무게도 마음의 무게도 느껴지지 않는다.

고요하다.


나를 깨우는 소리, 시간, 또는 갑자기 침범한 생각으로 고요가 부서진다.

부스럭 부스럭 옷을 입고 나와 밤공기 사이를 걷는다. 아직 몸 어느 구석에 남아있는 고요의 부스러기들을 곱씹으며 천천히 발을 옮긴다.

밤은 찬데 겉옷 안에선 은은한 훈기가 돈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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