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체 짓이라구
생존이란 무엇인가
뇌는 살아남기 위해 부정적인 것에 더 주의를 기울인다고 하는데 나는 이 기제 때문에 못살것네~
어떻게 세상 일이 다 내 맘대로 되고 세상 사람이 다 내 맘 같겠냐. 그런데도 긍정적 의견 90퍼센트를 부정적 의견 10퍼센트가 당해내지 못하는 순간이 있다. 오늘이 그랬는데.
그동안 숱하게 단련해왔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그런 순간이 닥치면 당황하게 되고 부정적 의견을 다 흡수해버리곤 하는데 참으로 의미 없는 일이다. 그다음 스텝, 시간들이 얼룩져버리고 마니까.
최근에 읽은 책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특정 감정을 자주 느낄수록 그 감정의 호르몬을 수용하기 위해 몸은 더 많은 수용체를 만들게 된다. 그러면 그 수용체들이 일을 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그 감정을 더 끌어내기를 바란다. 그래서 그 감정과 관련된 다양한 기억/키워드들을 마구 의식의 수면 위로 집어던진다. 그러면 인간은 그중 하나를 선택하여 그 감정을 느끼게 되고
그러면 해당 호르몬이 나와서 수용체는 신이 나서 더 많이 수용하고 더 많은 수용체 친구들을 만들어서 더 많은 해당 감정을 느끼게 만든다.’
(<꿈을 이룬 사람들의 뇌> 조 디스펜자.)
대충 이런 내용이었는데.
진짜 그 감정을 느끼는 상황이 되어서가 아니라 몸이 그걸 원하기 때문에 해당 감정을 더 많이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점점 더 심해진다는 얘기.
나의 잦은 화와 짜증은 수용체가 일하려고 불러일으키는 거지 정말로 세상이 나를 괴롭히는 게 아니라는 것.. 을 알게 되며 나는 이제껏 몸에게 속아왔수다!! (물론 시작은 나지만..)
그래서 화/짜증이 올라올 때마다 저 내용을 떠올린다. 지금은 정말 화를/짜증을 내줘야 되는 상황일까? 혹시 수용체의 근면성실함이 저 호르몬을 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화를/짜증을 내도 좋지만 그럼 수용체가 더 늘어날 텐데? 내가 정말로 늘리고 싶은 것은 화/짜증 수용체인지? 꺄르륵꺄르륵 수용체인지?
그리하여 오늘의 퇴근길은 조금 더 빨리 평화로워질 수 있었다. 아름다운 변화다. 나는 나의 무수히 많은 이 분노 수용체들을 어서 모두 자연으로 돌려보내고 꺄르륵꺄르륵수용체를 대거 고용하여 매일 매 순간 웃음 공장을 실컷 돌리다가 이들과 같이 자연사하겠다. 더 이상 먹구름 속에 살지 아놔.
#단정한100일의반복
#수용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