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고 기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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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시간.
어제와 같이 밥을 먹고 옷을 챙겨 입고 나왔다. 날씨가 쾌청하다.
'그래, 어제도 날씨가 좋았어.'
자전거를 꺼내어 출근길에 나선다. 발을 굴러 페달을 밟는다. 체인과 페달의 조용한 소음과, 페달을 밟을 때의 무게감도 어제와 같다. 어제와 같은 하늘 아래 같은 자전거로 같은 골목을 같은 소리와 무게감을 느끼며 달린다. 문득 '사는 게 참 별 것 없다'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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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참 별 것 없다고 어른들이 얘기할 땐,
어떻게 사는 게 별 것이 없느냐고 이렇게 매일 치열하게 일해야 하고, 그렇게 했는데도 내 맘처럼 되지 않는 것들 투성이인 데다, 어쩌다 내 맘처럼 되기라도 하면 이처럼 가슴이 터지도록 벅찬데, 어떻게 사는 것이 별 것이 아닐 수 있냐고. 속으로 다다다다 쏘아붙이곤 했다.
그런데 그 마음이 처음으로 들었다. '사는 게 참 별 것 없다.'
그 일을 안 하면 죽을 것 같고, 그걸 못해내면 큰일 날 것 같고, 누군가가 없으면 모든 게 다 사라질 것 같았는데.
그 일을 안 하는 지금 나는 아직 살아있고, 그 일을 해내지 못했을 때도 큰일은 나지 않았던 데다가, 그 누군가라고 부를만한 사람들이 앳 저녁에 모두 떠난 지금도 나의 세계는 건재하다.
정말 사는 게 별 것 아닌 걸까, 아니면 그것들이 나를 휩쓸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잘 버티고 있었던 걸까?
.. 만약 내가 너무도 단단하게 잘 버틴 거라면? 아, 그렇다면 내가 너무 대견하다.
.. 아님 그냥 사는 게 별 것 아닌 거라면? 아, 그렇담 안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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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봤는데, 아무래도 잘 버텼다는 것보단 그냥 사는 게 별 것 아닌 쪽이 더 마음에 든다.
버티지 않고 그럭저럭 살아가는 쪽이 좀 더 마음에 든다.
앞으로도 해야 할 일은 반드시 해야 할 것이다. 해내야 할 것들도 해내야 할 것이다. 이별하기라도 하면 내 모든 게 사라져 버릴 것 같은 누군가를 다시 만날 것이다. 또 이별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이 실은 너무나 대단하고 엄청난 일은 아닐 거라고 생각하고 싶다. 다 별 것 아니라고. 그저 지나가는 일들일뿐, 나는 다시 그럭저럭 살아가게 될 거라고 생각하고 싶다.
하여, 삶이 나에게 삶에 대한 기대감을 가질 수 있게 허락한다면, 나는 그 삶에 대해 '사는 게 참 별 것 없다'는 사실을 계속해서 기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