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것인가, 눈치 보면서 안 하고 버틸 것인가.

초코 푸딩과 물컵 사이, 그 어딘가.

by 릴리슈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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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째 다이어트 중이다.

4킬로를 뺐고, 다크서클을 얻었다. 식사량을 줄이다 보니 조금 더 쉽게 피곤해지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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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늦은 오후, 노곤한 몸을 잠깐 누인다는 게 그만 90분을 내리 잤다. 전기장판은 오월에도 이렇게 강력하다. 눈을 뜨니 시계는 저녁 7시. 방과 후, 살풋 잠이 들었다 캄캄한 밤에 눈을 뜬 초등학생이 숙제를 떠올리며 느꼈을 절망 비슷한 것과 마주쳤다. 마음이 밤처럼 캄캄해진다.


'아, 숙제해야지.'

더 이상 내게 매초리를 드는 선생님은 없지만, 평생 나에게 눈치를 주는 나의 또 다른 자아의 눈치가 보인다. 숙제하는 것도 일이지만, 눈치 보면서 안 하고 버티는 것도 못지않게 힘든 일이다.

'간다 가. 가.'

자리를 박차고 노트북을 이고 집을 나섰다. 스타벅스에 왔다.


아까 잠을 자버린 몸, 카페인까지 들어서면 나에게 남은 오늘과 내일은 완벽히 망가질 터다. 커피 말고 다른 주문 거리를 찾으니 푸딩이 눈에 들어온다. 지난번 밀크푸딩은 느끼했던 기억이 나, 초코푸딩을 집었다. 새카만 컵에 담긴 푸딩을 계산해 자리에 앉았다. 포장지 읽기를 좋아하는 나는 굵은 글씨로 적힌 200kcal를 발견했다.

'뭐?'

이렇게나 거하게 먹을 것 같았으면 밥을 먹고 왔지.. 아까 카레 한국자 더 먹을걸.. 같은 생각을 하며 푸딩을 한 숟갈 떴다. 한 숟갈, 두 숟갈, 세 숟갈....

'어허. 그것 참 부드럽고 달콤하구먼.'

지난 5개월 간 잊고 있던 단맛이 낯설고 반가워 슬쩍슬쩍 떠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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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달고 진한 맛 때문에 물이 씐다. 물을 뜨러 가, 무심결에 내 자리와 나의 초코푸딩을 바라보았다. 푸딩 컵에 숟가락이 세로로 내리 꽂혀 세워져 있었다. 영락없는 제삿밥 모양이다. 마치 내 다이어트에 바치는 제삿밥 같아 보인다. 등골이 오싹해졌다. 황급히 자리로 돌아와 푸딩은 슬쩍 밀쳐두고 들고 온 물컵만 연신 들이켰다.


그렇게 영문도 모른 채 서로 멀찍이 떨어져 멋쩍어하는 푸딩과 물컵 사이에 앉아, 나는 지금 모른 척 일을 하고 있다. 아니, 단맛을 찾는 혀와 다이어트를 종용하는 또 다른 자아 사이에 앉아 멋쩍은 표정으로 일을 하고 있다. 곁눈질로 초코푸딩을 흘깃흘깃 쳐다보고 있지만, 아니다. 나는 분명 고민을 하고 있다. 오늘도 다이어트를 이어갈 것인가, 오늘만큼은 눈치 보면서 안 하고 버틸 것인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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