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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지고 나면 늘 같은 생각을 한다

시간은 흘렀는데 마음은 그 순간을 붙잡고 있다

by 꽃빛달빛

얼굴을 마주 보며 웃고,

장난을 치고,

함께 걸어가고

언제나 그랬듯이 결국 헤어진다.


아무렇지 않은 척,

내일 또 볼 수 있을 거라는 듯 익숙한 인사를 건넨다.


그때까진 괜찮았다.

아니. 사실 나도 괜찮은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다.


하지만 집에 오는 길. 공기가 서서히 무거워진다.


낮에는 못 느끼던 정적이 귀를 막고,

혼자라는 사실이 슬며시 몸에 붙는다.


마치, 함께 있었던 시간은 다른 사람의 기억인 것처럼 멀어진다.

분명 방금 전까지 함께였는데, 온도는 이미 바뀌어 있다.


집에 도착하면, 그게 더 확실해진다.


누군가의 온기가 있었을 것 같은 공간.

손끝에 닿아 있을 듯한 웃음.


그 모든 게 어느 틈엔가 사라져 있다.


사실, 사라졌다기보단 그냥, 딱 거기까지였던 것 같다.


그렇게 남겨진 공간.

텅 빈 방.

텅 빈 기분.

텅 빈 마음.


그렇게 텅 빈 감정 속에서 또, 나 자신을 원망하게 된다.


왜 늘 같은 자리에서 같은 마음을 반복하는지.

왜 이렇게까지 서운한지.

왜 이 정도 일로 외로워지는 건지...


'별 일 아니잖아' 스스로 말하지만 그 말조차 위로되지 않는다.


무언가를 바라지도 않았는데 그저 따뜻했던 순간이 너무 짧았다는 게 아려온다.


이렇게 마음이 비어 가는 게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인지,

그걸 지금 내가 감당할 수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래서 오늘은, 그냥 조용히 받아들이기로 한다.

아무 말 없이 그 공허함이 방 안 어딘가에 머물도록.

아무 위로 없이 내가 그 마음에 잠깐 머물도록.


지금은 그저, 이 조용한 공백을 껴안은 채

조금 천천히, 조금 멍하니, 오늘 하루를 내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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