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to 100

by 소란화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는 요즘이다. 등원 후 홀로 집에 돌아와 폭탄맞은 집을 치운다. 아이가 옆에 있을 땐 이불 하나 정리하는 일도 수월치 않았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있는 동안에는 그 어떤 집안일이라도 마음대로 해치울 수 있다. 집안일 뿐일까. 밥 먹기. 요리하기. 책 읽기. 글 쓰기. 작업하기. 심지어 공상(!)하기. 어린이집 등원과 동시에 별안간 난이도 제로에 수렴하는 인생이 된 것 같아 황송하기까지 하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혼자만 이렇게 여유롭고 잉여로워도 되는 것일까, 문득문득 불안이 고개를 치켜들 즈음, 어김없이 하원 시간이 다가온다. 이 하원 후가 재미있다. 갑자기 난이도 제로에서 다시 난이도 100이 되어 버린다. 중간이 없다. 아이는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울거나 보채거나 매달리거나 따라다니거나 하며 단 한 순간의 여유도 허락하지 않고 끊임없이 존재감을 드러낸다. 고요하고 단정했던 집안은 하원 5분만에 다시 원상태가 된다. 개미도 미끄러질만큼 매끈했던 마룻바닥은 아이 침과 음식물로 번들거리거나 쩍쩍 달라붙고, 운이 나쁜 날은 아이 대변이 새어나와 곳곳에 묻어있기도 한다. 거실 복판부터 방 구석구석까지 모든 곳이 옷가지와 장난감, 어디서 꺼냈는지도 모를 각종 살림 집기들로 난장판이 된다. 아이는 오물이 묻은 손으로 벽지 여기저기 지장을 찍거나, 빨아둔 잠옷에 요거트나 바나나 찌꺼기가 묻은 입술을 갖다 대고 부빈다. 낮 동안의 적막이, 정갈함이, 질서가, 보기좋게 무너진다. 나는 잠시 아이 옆에 가만히 서서 제로 투 원헌드레드의 내 삶을, 내 하루를 그저 멍하니 바라본다. 지치는가? 허무한가? 무기력한가?어이가 없는가? 내가 대체 무얼하고 있는지 도통 모르겠는가?


하지만 나는 은연중에 이미 알고 있다. 원래 인생은 중간 같은 건 없는 것이다. 그 어떤 인생에도, 본래 50이나 70, 40 따위의 애매모호함은 없는 것이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제로와 원헌드레드 사이에서 이리저리 떠다니고 있다. 육아도 일도 사랑도, 0였다가, 100였다가 한다. 어느 쪽이든 삶은 이처럼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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