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하루. 그냥 그러고 싶어서 걸어보았다. 나는 하루에 적어도 10분은 걸어야 하니까, 그래야 칼로리도 소모하고 건강도 챙기니까, 같은 이유말고 그냥 그러고 싶어서. 뼛속까지 추워서 마치 북유럽 어느 숲속 마을같이 비현실적인, 우리동네 특유의 찬공기를 느껴보고 싶었다.
또 다른 하루. 그냥 그러고 싶어서, 평소처럼 식기세척기에 그릇을 넣는 대신 세제를 묻혀 몇 안되는 그릇을 정성스레 닦아보았다. 씻고, 헹구는 내내 나름 소꿉장난같은 재미가 있었다. 효율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행동이었지만 그냥 그러고 싶어서 그렇게 했다.
오늘. 그냥 그러고 싶어서, 정오 넘어 커피를 샀다. 최근 들어 나는 절대로 정오 이후 카페인을 섭취하지 않는다. 몸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은 그냥 마시고 싶어서 커피를 사서 마셨다. 이따 늦은 밤 잠이 안오면 안오는대로, 그냥 그러려니 하는 마음으로 커피를 홀짝홀짝 잘도 삼켰다.
"그냥 그러고 싶어서" 마인드는 남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꽤 나쁘지 않은 방식인 것 같다. "이렇게 해야만 해"라는 사고방식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보면, 필요 이상으로 나 자신과 멀어지게 된다. 가끔은 내가 나인 걸 허할 때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결국 나답기 위해 살아가는 것인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