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으로 포기해볼까 해요

Feat. 우리들이 선택한 집

by 소란화

넷플릭스에서 상영중인 일본드라마 <우리들이 선택한 집>에서 주인공인 하타노씨가 파트너인 사쿠타씨에게 이런 말을 한다: 집 구하는 일, 그만 긍정적으로 포기해볼까 해요. 살면서 무언가를 '긍정적으로' 포기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어서, 두 귀가 번쩍 뜨였다. 잉? 긍정과 포기, 한 문장 안에 존재할 수도 있는 것이었어?


이 글은 일본드라마 <우리들이 선택한 집> 스포일러도, 리뷰도 아니다. 물론 강력 추천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 글은 '긍정적으로 포기한다'는, 드라마의 한 줄 대사에 관한 것이다.


포지티블리 기법(positively give up). 잘 못하는 영어를 억지로 굴려본다면 이렇게 되려나. 기법 윗 컨피던스(give up with confidence), 라고 할 수도 있으려나. 사실 나는 2026년 들어 무언가를 긍정적으로 포기해야만 하는지, 아니면 계속 끌고 가야만 하는지의 기로에 놓여있다. 오죽 답답했으면 사주까지 알아보러 가고싶단 마음이 들었을까. 누군가가 속시원히 답해주었으면 하는 심정이다. 해, 아님 말아. 흑백요리사도 아니고 오로지 두 가지 색깔 앞에서 끊임없이 이리갔다 저리갔다 스스로도 오만가지 생각에 시달리며 연일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지금 심정 같아서는, 2026년 연말이 되어도 이러고 있을 것 같아 막막하고 답답할 따름이다. 그러나 드라마를 보다가 우연히 듣게 된 저 한 마디, '긍정적으로 포기한다'는 말, 그 말을 앞에 놓고 가만히 생각해보게 된다. 하기로 하든, 관두기로 하든, 어느 쪽이든, '긍정'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건 전적으로 내 권한인 거라고. 사람들이 내 선택에 뭐라 반응하건, 그냥 나는 내 선택에 관해서 얼마든지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고, 또 받아들일 수 있는 거라고. 왜냐면 내가 애정하는 드라마의 주인공도 자신의 목표였던 집 사기를 긍정적으로 포기한다고, 전세계 시청자들 앞에서 당당히 선언했으니까 말이다.


긍정적으로 포기해볼까 해요.


긍정적으로 다시 시작해볼까 해요.


어느쪽이든, 긍정적이어 보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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