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남길 것인가

by 소란화

잠실롯데뮤지엄에서 3월까지 열리는 타샤 튜더 110주년 기념 전시에 다녀왔다. 나는 타샤 튜더의 다큐멘터리를 과장 없이 적어도 5번 이상은 반복해 시청한 사람이다. 타샤 튜더의 삶과 작품을 정리한 책도 세트로 전권 구매해둔 사람이다. 그런 내게 이번 전시는 무슨 일이 있어도 가야만 하는 이벤트였다. 한파같은 건, 그냥 무시해버렸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 전시는 보는 내내 압도적인 행복감을 가져다 주었다. 내가 그녀의 광팬이기에 당연한 결과이리라. 기획이 좋았던 것도 한몫 했으리라. 하지만 다른 무엇보다, 나는 타샤 튜더의 영혼이 전시장 속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다고 느꼈다. 특히 위의 다정한 문구는 그녀가 생전에 어떤 사람이었고, 어떤 영혼을 가지고 살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타샤 튜더에게 일상은 곧 예술이었다. 밥짓고 빨래하고 쓸고 닦고 꿰고 만들고 기르는 일. 집안일이 그녀의 삶이었고 동시에 그 자체로 예술의 소재가 되었다. 골방에 틀어박혀 스스로를 연민하거나 세상을 저주하는 고독한 예술가는 그녀와 거리가 멀었다. 아이들과 부대끼며 하루 24시간을 72시간처럼 쓰는 가운데, 먹고 살기 위해 펜을 들어 화폭을 채우는 가운데 그녀의 예술은 꽃피었다. 해도해도 항상 할 일이 있었고, 그녀는 그것을 기쁘고 즐겁게 받아들였다. 작은 것 하나도 쉽게 지나치지 않았다. 모든 '하찮고' '대수롭잖은' 순간이 그녀의 화폭에 담겨, 있는 그대로의 색깔을 빛냈다. 그녀는 세상을 따라가거나 세상을 등지는 것이 아니라 세상 속에서 그저 자기 자신답게 존재하는 생활인이자 예술인이었다. 자기연민보다 자기사랑을, 염세보다 감사를 택한 사람이었다. 그녀의 삶이 곧 작품이었다.


이번 전시를 보며 다시 한번 명확해진 점이 있는데, 그건 바로 훌륭한 사람에게는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다는 것이다. 그건 철학이자 신조이자 그이가 죽어서 세상에 남길 유산이다. 나는 살면서 무엇을 만들어내고 또 무엇을 남길 것인가를 생각하게 한, 추위로 얼어붙은 마음을 오래도록 둥실둥실 따사롭게 한 간만의 근사한 전시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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