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고양이가 싫다고 하셨어

(feat. 지오디)

by 소란화

우리 엄마는 고양이가 싫다 하신다. 강아지도 싫어하신다. 누구나 좋아할만큼 작고 앙증맞은 강아지도 무섭고 징그럽다고 피해 다니신다. 나는 고양이가 싫다는 엄마 말씀을 이해할 수 없었다. 강아지야 크게 짖거나 물려고 덤비면 조금 무서울 수도 있다. 그렇지만 고양이가 싫을 수 있나? 고양이를 싫어하는 게 정말 가능한가? (온 세상 귀여움의 총집합체를!)


알고 있다. 고양이에 얽힌 무수히 많은 '괴담'들을. 애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를. '영물'이니 뭐니 하며 사람들은 고양이에게 마음대로 이상한 프레임을 덧씌우고 웬만해선 속을 알 수 없는 생물로 만들어 놓았다. 엄마가 고양이를 싫어하는 것도 역시 그런 이유에서일 거라고 지레 짐작했다. 보기 좋게 틀려 버렸다. 엄마가 고양이를 싫어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할아버지 때문이었다.


할아버지는 '비인간 생물'이라면 사족을 못 쓰셨다. 유일한 취미가 동물 돌보기와 화초 가꾸기였던 분이다. 성인 둘이 나란히 누우면 꽉 찰 정도의 좁디 좁은 정원에서 동백나무, 무궁화, 방울 토마토, 각종 이름 모를 풀꽃 기르기는 물론, 동네를 돌아다니는 고양이들에게 늘 밥을 주고, 어디서 큰 개(리트리버 믹스로 추정)를 말도 없이(할머니 피셜) 데리고 와 무작정 식구 삼았던 분이다. 엄마는 말수 적고 점잖은 할아버지를 진심으로 존경하고 사랑했다. 그러나 어쩔 때는 동물과 화초를 당신 딸보다 더 귀히 여기는 것 같은 할아버지의 태도에 적잖이 속상했다고 한다. 말그대로 할아버지를 사이에 두고 동식물들을 향해 질투가 났던 모양이다.


'비인간 생물' 중에서도 유난히 고양이가 싫었던 이유는, 어이없게도 가장 새초롬했기 때문이란다. 오호라. 나는 바로 그 새초롬함 때문에 고양이를 가장 좋아하는데 말이다. 무엇이 됐든지 엄마는 나와 반대다. 말투, 시간 관념, 사랑에 대한 철학, 식성, 패션, 좋아하는 풍경, 선호하는 여행지까지 모두 다른 우리 둘. 고양이를 좋아하는 나와 고양이를 싫어하는 엄마.


어쩌면 다소 극단적인 우리 둘 사이의 간극은 할아버지 이야기로 인해 조금쯤 좁혀진 것 같다. 엄마도 나처럼,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독점하고 싶던 어린 시절이 있었던 거다. 고양이를 꺼리는 마음 뒤에는 무한정 사랑 받고 싶었던 여린 마음이 숨어 있었다는 걸 알게 된 후로, 나는 각종 고양이 사진을 엄마면전에 들이대는 불효녀 짓을 마침내 관두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문동은의 김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