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낳았다.
정확히는 낳았다가 아닌 '꺼냈다'가 맞다.
낳고 싶었지만 상황상 꺼내는 것이 더 적절했다.
하지만 아기는 나오고 싶었을까, 꺼내어지고 싶었을까
그건 잘 모르겠다.
보통 인생에서 굵직한 사건들은
아무런 예고도 경고도 준비도 없이 바로 맞닥뜨리게
된다. 연습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다.
내게는 출산이 그러했고, '남들 하는 출산' 난들
못하랴, 하는 편안한 마음으로 임해보려 했다.
이럴수가 있나 싶었다.
시간이 멈춘다. 세상에는 나와 고통만이 존재한다.
진통을 표현할 수 있는 언어가 있을까?
사람의 말로는 형용할 수가 없어 나는 그저 눈물만
뚝뚝 흘렸다. 비명까지 가기 전에 수술실로 갔다.
남들 하는 출산 따윈 없었다. 제각기 아이 낳는 경험은
그 누구의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유일무이한 일이었다. 고통, 눈물, 비명, 인내, 기다림, 그리고 환희.
아는 게 병 모르는 게 약이라는 상투적인 말이 있다.
출산에는 이 말이 해당되는 것 같다.
안다 해도 겪어보기 전에는 모르고 차라리 모르는 편이 용감하게 사건 속으로 뛰어들도록 만든다.
아이를 낳고 나니 세상 사람들이 달라 보인다. 여자의 생살을 찢어 나온 사람들. 나도 너도 우리 모두가, 그 사실을 당연히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애로운 얼굴로 모유를 먹이고 있는 엄마의 옷 밑으로는 수없이 흘린 땀과 피, 찢기고 갈린 살점의 상흔들이 꽁꽁 감추어져 있으니까.
이렇게 아픈 건줄, 어마어마한 건줄 몰랐는데. 그러나 알았다 해도 출산은 내게 변함없이 가장 소중한 경험으로 남을 것 같다. 다른 모든 엄마들에게 그렇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