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아빠라면 원더윅스라는 용어를 모르기가 쉽지 않다. Wonder Weeks. 아이가 태어나 급성장하는 시기를 뜻한다. 하루에 최대 80그람까지 성장한다. 하루하루가 다르다. 자고 일어나면 머리가 더 풍성하게 자라있다. 눈과 귀가 열리고, 젖 빠는 힘이 남다르다. 힘차게 손발을 움직이며, 끙끙 용을 써대고 잠이 오면 우렁차게 짜증도 낸다. 내 아들이 요즘 이렇다.
원더윅스를 겪는 내 아가를 보고 생각했다. 어른들에게도 원더윅스라는게 있을까. 비단 신생아 뿐만 아니라 우리 어른들도 인생에서 최고조로 성장하는 어떤 시기를 경험할 수 있는걸까. 평균수명이 늘어난 요즘. 마흔이 서른이 되고 육십이 오십이 되는 요즘.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다시 새로운 꿈을 꾸어볼 수 있는 요즘. 원더윅스는 성인들에게도 유의미한 용어가 아닐까.
나의 원더윅스는 사실 지금인 것 같다. 출산 후 현재까지 느낀 바로 엄마가 된다는 건 한 개인에게 천지가 개벽하는 일과 맞먹을 정도의 충격파로 다가온단 사실이다. 무에 그리 요란떨듯 표현하는가 싶겠지만 이건 엄마가 되어본 사람은 대번에 이해할 수 있는 말이다. 엄마가 되면 아이는 내 삶의 1순위가 된다. 이게 무슨 뜻이냐면, 한 인간의 모든 욕구와 욕망과 필요와 선호의 충족이 바로 나에게 달려있다는 의미다. 이게 다시 무슨 뜻이냐면, 대부분의 경우 이제 나의 욕구와 욕망과 필요와 선호의 충족은 뒤로 밀려나게 된다는 의미다. 결국 이 모든 것이 무슨 뜻이냐면, 아이가 내 삶의 주인이 되고, 나는 내 삶에서 쫓겨난다는 의미다. 내 삶이라는 에덴에서 영원히 추방당한 나, 그 에덴을 대신 차지한 나의 자녀.
그러나 겉보기엔 매우 안타까운 이러한 변화를 원더윅스라고 말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엄마가 된다는 건 이제껏 당연하다는 듯 배워왔던 세계의 논리를 온통 뒤집어엎는 전복적인, 놀라운(원더풀한) 경험이다. 합리, 이성, 이해득실, 이기성, 개인주의, 성장, 독자성 따위의 논리들이 힘을 잃는 곳이 육아의 세계다. 목도 가누지 못하고 스스로 할줄 아는건 빠는 것 밖에 없는, 완전히 무방비 상태인 한 인간을 전적으로 책임지기 위해 비합리, 비이성, 희생, 양보, 자애, 공동체주의, 상호의존성 같은 새로운 논리들이 비집고 들어오는 곳이 바로 육아의 세계이고 엄마와 아이의 세계이다.
말은 그럴싸하게 했는데, 결과적으로 보자면 엄마의 원더윅스는 단 다섯글자로 요약된다: 총체적난국. 그러나 이 놀라운 시기를 수식하는 수없이 많은 단어들이 있다. 경이, 성찰, 감사, 자기이해, 인내, 그리고 무아. 내가 없음. 나로 꽉 차있던 나의 세계에 내가 아닌 다른 존재를 온전히 맞아들이는 일. 이것이 원더Wonder가 아니라면 세상 그 어떤 것이 진정 원더풀하다고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