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가사노동에는 그런 날이 없으니까
내가 만들었다. (가사)노동자의 날. '진짜' 노동자, 그러니까 임금 노동자인 내 배우자에겐 너무 죄스럽고 미안하지만, 그에게 육아와 가사를 모두 일임하고 집을 나와버렸다. 그야말로 경을 칠 노릇이렸다. 그런데 나, 오랜만에 숨을 좀 쉴 것 같다. 마음이 풀리고, 몸이 노곤해진다. 자유의 사우나(!)에서 시간의 탕(!)에 전신을 던져넣고 하루종일 이 귀한 일분일초를 만끽한다. 여유있는 식사, 밥알 한톨마다 감사를 외친다. 여유있는 산책, 걸음마다 기적이 아닌가 의심해본다. 그리고 무엇보다, 외로움. 내게 익숙한, 혼자 있음의 이 감각. 외롭고 싶었다. 항시 누군가가 필요로 하는 내가 아니라, 그저 외따로 떨어져 이리저리 부유하는 나이고 싶었다. 아이와 외출할 수 없었던 지난 수개월간 그처럼 미친듯이 외로움의 감각을 그리워했다.
어떤 외로움은 정신 건강에 좋다. 그것도 아주 많이. 이 땅의 모든 가사노동자와 돌봄노동자가 이따금 아주 많이 외로울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