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엄마에게 순댓국이란

엄마에겐 아빠의 사랑이었던 순댓국

by 꽃비

나의 엄마는 연애다운 연애조차 하지 못하고

선을 본 뒤 처음 사귄 남자와 결혼을 했다.


소개로 아빠를 만난 엄마는

활동하기 좋아하는 남자를 만나 마음고생을 많이 하고 살았다.


밖에선 화통하고 사람 좋은 남자

집에선 가부장적이 있던 아빠를 만나

아이 키우며 알콩달콩 살아가는 재미없이

그냥 그 시절을 묵묵히 견뎌내며 40여 년의 생활을 함께 했다.



나의 엄마는 감기에 걸려 몸이 아플 때마다

적당한 가격대이면서도 몸을 뜨끈하게 해 줄 수 있는

순댓국 한 그릇을 아빠의 퇴근길에 종종 부탁하곤 했다.


어쩌다 한번 아빠 손에 들린 순댓국은

그간의 서러움을 조금을 달래주었던 게 아닌가 싶다.


물론, 사업하느라 사람을 만나야 했던 아빠는

정해진 퇴근시간이 없기에

순댓국 집이 문을 닫아 빈 손으로 올 때도 있었고

너무 늦은 시간에 집에 들어와 다음날 아침에야 먹을 수 있는 경우도 있었지만

나를 위해 사온 순댓국은 엄마에겐 특별한 의미었던 것 같다.


밖에서 만든 김치는 좋아하지 않았기에

같이 들고 온 반찬은 반기지 않았지만

건더기 듬뿍 들어있는 순댓국을 보글보글 끓여

뚝배기에 담아내고 밥을 말아먹으며 짧은 순간이지만

남편의 사랑을 느끼곤 했는데

항암치료를 하고 오랜 투병생활을 겪으면서

입맛이 없어 선식 등을 간신히 넘기면서도

어쩌다 한 번씩 아빠에게 순댓국 포장을 부탁하곤 했다.


만원이 되지 않는 돈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남편의 사랑까지 덤으로 느낄 수 있으니

엄마에겐 일거양득의 식사였으리라 생각된다.


그래서인지 나의 동생은 엄마가 보고 싶어 추모공원에 갈 때마다

순댓국 한 그릇을 포장해 그 앞에서 먹고 오곤 했는데

나는 엄마가 하늘로 소풍을 떠나고 6개월의 시간 동안

순댓국만 생각해도 왈칵 눈물이 나곤 했다.


그리고 얼마 전, 합동위령미사를 드리고 난 뒤,

내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진 것인지

엄마를 떠올리게 하는 순댓국이 너무 먹고 싶어

그 시절의 나의 엄마처럼

퇴근하는 남편에게 순댓국 한 그릇 포장을 부탁하고

보글보글 끓여 뚝배기에 담아낸 뒤 한 그릇을 뚝딱 비워냈는데

몸속까지 뜨끈해진 느낌이 들며 행복한 포만감을 느낄 수 있었다.


아, 엄마가 이런 느낌이었겠구나

남편이 나를 위해 사 오는 순댓국.

몸은 물론이고 마음까지 따뜻하게 해주는 느낌.


엄마에게 있어 순댓국은 남편의 사랑이었던걸

지금의 내 나이가 되고 나서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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