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나는 내가 경상도로 시집을 가게 될 거라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보질 못했다.
나는 분명 경기도에서 남편을 만나 연애를 했는데
그 사람의 본가는 경기도가 아닌 경상도였고
그때부터 나는 경상도 집 맏며느리가 되었다.
내가 결혼을 했을 때, 그러니까 새색시였던 그 시절.
할아버님 할머님 작은아버님들 작은어머님들
그리고 시집을 가지 않은 형님과 도련님, 아가씨들까지
거짓말 안 하고 25명이 넘는 식구들이 함께하는 명절이었다.
진짜 편하게 앉을 공간조차 없었던 시골집 골방에서
남모르게 많은 눈물을 흘리곤 했다.
낯선 시댁에서 커피 한잔조차 편하게 마시질 못하는
나에게 있어 진짜 어려운 건 우습게도 사투리였다.
경기도에서만 계속 살던 나에게 경상도 말은
제대로 들리는 게 하나도 없었는데
그 예를 하나 들자면, 정신없이 바쁜 명절날
" 오봉 하나 줄래?"였다.
오봉? 오봉이 뭐지?
대봉처럼 감을 말하는 건가
갓 시집와서 누구 한 명 편한 사람이 없어
어리바리 당황하던 그때,
과수원 일을 도와드리고 들어오는 신랑이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버선발로 달려 나가 귓속말로
오봉이 뭐냐고 물어보니
정말 우습게도 쟁반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분명 같은 대한민국인데 오봉이라는 말이
쟁반을 뜻한 다는걸
28년 만에 처음 알게 된 날이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결혼 후 첫 명절을 보내던 나에게
작은 숙모님께서 "돔배기 맛 좀 볼래?" 라며
다정한 말을 건네셨는데
돔배기는 또 뭘 말하는 건지 오봉에 이어
또 다른 난관에 봉착한 느낌이었다.
대체 돔베고기는 무얼 말한 건지..
뭔지는 모르지만 갓 시집온 새색시가
전 안 먹겠습니다!!라고
당당하게 무언갈 거절할 용기는 없으니
힘차게 "네~ 먹어볼래요~"라고 대답을 했다.
그리고 접시에 담겨 건내진건
두툼한 살코기를 꽂아 만든 산적이었는데
한입 베어 물었더니 짭조름하면서 담백한 게 먹으면서도 무엇인지 상상이 되질 않는 거다.
오물오물 씹으며 이게 뭔지 기미상궁처럼
맛의 근원을 찾기 위해 머리를 요리조리 굴려보던 그때
"너는 상어고기 참 맛있게 먹는다~
나는 입맛에 안 맞아서 별로던데.."라는
신랑의 말이 들려왔다.
그렇다,
내가 오물오물 먹으며 이게 무엇인지 아리송했던
돔배기는 다른 말로 상어고기였던 것이다.
물론, 상어고기가 먹지 못할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상어고기라는 말을 듣는 순간
비린 맛이 확 올라오는 느낌이 들면서
그 후론 신랑 말대로 먹지 못하고 있다.
(내 딸은 잘 먹는 걸 보면.. 아버님 입맛을 쏙 닮은 것 같다)
오봉과 돔배기가 무엇인지 알려주었단 시집온 첫 해
결혼한 지 15년 정도가 지난 지금,
미혼이었던 형님과 도련님이 결혼을 했고
살아계시던 할아버님과 할머님이 돌아가셨으며
모르는 건 물어보면서
테이크아웃 커피를 즐기는
명절을 보내는 여유가 생겼지만
나에게 사투리는 아직 어려운 존재다.
(사실 지금은 웃으면서 이 글을 쓰고 있지만
그 많은 어른들을 상대로 말도 못 알아들으면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