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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무게가 줄었다

by 황현경

육 개월 사이 10킬로 몸무게가 감량되었다.

내 생애 통틀어 이렇게 짧은 기간에 이 정도의 몸무게가 감량된 건 처음 있는 일이다.

다이어트하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카페에서 쿠키와 스콘을 구우면서 밥 먹기가 여의치 않았다. 종일 서서 일하다 보면 밥 먹게 되지도 않았고 혼자 밥 먹기도 싫었다.

처음에는 도시락을 싸서 다니다가 방울토마토, 오이, 당근으로 도시락 내용물을 바꾸었다.

일하면서 하나씩 집어먹기도 편했다. 그렇게 쭉 먹었다.

저녁에 집에 돌아와서도 피곤한 몸을 눕히기에 바빴다.

그러다 보니 저녁도 대충 과일 한두 개로 때우곤 했다.

입맛도 없고 먹고 싶은 것도 없어서 과일만 먹었다. 그러면서 조금씩 몸무게가 줄었는데 어느새 10킬로가 줄어 있었다.


오래전 일 년 사이 12킬로가 빠진 적이 있다.

두 딸아이가 3살, 5살이었을 때 어린이집 주방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새벽에 아이들을 깨워 한 아이는 업고 한 아이는 유모차에 태워서 6시 반까지 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맡기고 나는 남의 집 아이들을 돌보러 다른 어린이집으로 출근했었다.

100여 명의 아이들과 선생님들의 식사와 간식 그리고 영아반 돌보기까지가 내가 해야 할 일이었다.

청소기도 없이 넓은 마루를 쓸고 닦고 밥하고 간식 만들고 먹고 난 뒤 설거지까지 하기가 여간 힘들지 않았다. 틈틈이 종이 접기로 작은 달력도 만들고 종이 장미도 만들어 장식하는 일을 쉬지 않고 하다 보니 몸무게가 서서히 빠지기 시작했다.

처음 출근 한 달 동안 적응하느라 몸이 아팠다.

몸살약을 지어먹으며 출근했다.

가을 운동회를 준비하면서 선생님들과 같이 비디오를 틀어놓고 율동 연습을 했다.

밤 열 시에 퇴근하는 게 일상이었다.

운동회가 끝나고 다음 날 출근하니 배가 아팠다. 맹장염이 심해서 수술했다.

병원에서 가스가 배출되려면 운동을 하라고 했지만 수술 후 침대에 누워있으니 아픈 것보다 잠이 너무 좋았다. 마음 편히 자는 것이 얼마만 인지 잠에서 깨어나기 싫었다.

남들은 병원 밥이 맛이 없다지만 밥도 맛있고 잠도 맛있었다.

몇 달 동안 편히 못 잤는데 아픔을 핑계로 실컷 자고 퇴원했다.


그때 이후로 살이 이렇게 많이 빠진 적이 없다.

갑자기 살이 빠지면 이석증이 생길 수도 있다고 해서 비타민도 열심히 챙겨 먹었는데 손톱이 힘없이 부서져 내리기 시작했다.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단백질이 부족하면 손톱이 갈라지고 부서질 수 있다고 했다.

생각해 보니 입맛 없다고 고기와 밥을 멀리하고 채소와 과일만 먹었던 생각이 났다.

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었다.

단백질 건강식품을 챙겨 먹고 밥과 고기도 조금씩 먹으니, 손톱이 제대로 돌아왔다.

인간은 꼭 필요한 영양소 하나라고 부족하면 바로 몸에 이상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몸무게가 줄어서 못 입던 옷을 입을 수 있어 좋지만, 늘어난 주름은 어쩔 수가 없다. 그래도 몸이 많이 가벼워져서 좋다.

여러 가지 음식을 고루고루 잘 챙겨 먹는 것이 제일 좋은 건강법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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