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프와 촛불의 빛

글쓰기 훈련

by 황현경

어릴 적 우리 집은 호롱불로 밤을 밝히곤 했다. 대여섯 살쯤 기억인 것 같다. 전기가 들어오기 전 밤에 불을 밝히던 도구였다.


호롱 : 석유를 담고 뚜껑에 심지를 끼운 작은 항아리 형태의 등 – 한국민속 대백과사전에서 발췌.


밤새 석유 타는 냄새가 방을 가득 채웠지만 어둠을 밝힐 수 있는 유일한 도구였던 호롱.

작은 유리병 모양의 관 속에서 반짝이는 노란 불빛이 조용히 흔들리고 그을음을 내며 석유를 태워 빛을 밝혔다. 아침이면 아버지는 호롱에서 유리관을 분리하고 물로 깨끗이 세척했다.

얇은 천으로 살살 닦아 말린 뒤 다시 조립해서 선반 위에 놓으셨다.

저녁이면 석유를 채우고 성냥불로 심지에 불을 붙였다.

심지를 조금 올리면 방안은 노란 불빛으로 가득 차 올랐다.

호롱불 밑에서 웃풍이 센 방안에 이불을 덮고 엄마가 만들어 놓은 콩강정, 아버지가 튀겨준 강냉이를 오물오물 먹다 보면 뜨끈뜨끈한 온돌방의 열기가 추위를 녹여주었다.

웃풍으로 머리와 코끝은 시렸지만, 온돌의 포근하고 따끈따끈한 느낌은 너무 좋았다.


얼마 후 동네에 전봇대가 세워지고 신작로 근처에 살고 있던 우리 집에도 전기선을 연결했다.

아버지가 소켓에 작은 알전구를 끼우고 스위치를 돌렸다.

방안은 해가 뜬 것처럼 환하게 밝아졌다. 호롱으로 밤을 밝히던 빛과는 비교되지 않았다.

백배 천배 밝아져서 눈이 부셨다.

전구는 필라멘트 선으로 연결되어 빛을 내었는데 필라멘트가 끊어지면 빛도 사라졌다.

아버지는 새로 산 전구를 소켓에 끼우고 필라멘트가 끊어져 못 쓰는 전구는 엄마에게 주었다.


엄마는 전구를 구멍 난 양말에 끼우고 실로 꿰매 양말 구멍을 메꾸어 주었다. 그렇게 구멍 난 양말은 새것처럼 신을 수 있었다. 생활의 지혜라고 해야 할까? 양말도 전구도 모두 귀한 시절이었다.

추운 겨울밤 전구를 끼운 양말을 수선하는 엄마의 메마르고 굽은 등이 떠오른다.

침을 발라 실을 바늘에 꿰고 매듭을 짓고 사르륵 소리를 내며 한 땀 한 땀 신중하게 바느질하셨다.

가끔 전구에 바늘이 부딪쳐 달깍 소리가 나기도 했다.

그렇게 밤늦도록 식구들의 구멍 난 양말을 꿰매 아침에 신도록 준비해 주셨다.


요즘 겨울밤이면 보일러를 켜서 난방하고 형광등으로 밤을 밝히며 편하게 살고 있다. 이중 창문을 닫으면 겨울바람의 요란한 소리도 들리지 않고 방안은 고요하고 아늑하다. 추운 겨울 새벽 일출이 시작되기 전 거실에 앉아 밖을 내다본다. 검은 어둠이 창문 뒤에서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따스한 방이 그리운 걸까? 궁금한 걸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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