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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그늘 Feb 25. 2023

행복한 인생

우리 집에 온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이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도 독감처럼 인식되는 시기가 된 것 같다.

거리에는 마스크를 미착용한 사람들도 가끔 눈에 띈다.

처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가 시작되었을 때 나는 다른 나라 이야기로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우리나라에도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죽는 사람들의 숫자가 늘어가기 시작했다. 특히 초기에 요양원에 있다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에 걸린 노인들은 제대로 된 치료 약이 없어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앓다가 죽음을 맞이했다.


2019년 12월부터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는 빠르게 전 세계로 퍼져 나갔고, 정부에서는 바이러스의 전염을 막기 위해 예방접종, 마스크 착용, 손 씻기 및 기침 예절 등 방역수칙도 생겼고 방문지마다 큐알 코드로 자신의 행적을 남기도록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바이러스 감염자는 폭증하였고 매일 감염자와 사망자의 숫자를 체크하는 게 일상이 되었다.      


현재 코로나 누적 확진자 수 30,479,753명, 사망자(0.1%) 33,929명, 신규확진자 10,051명.     


나는 나이도 많고 당뇨와 고혈압, 고지혈증이 있어 코로나에 걸리면 위험할 것 같았다.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허무하게 이 세상과 작별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극도로 조심했다.

다중시설에는 아예 출입하지 않았고 외식도 최소한 제한했다. 손 세척은 수시로 했고 소독제는 가방에 필수품으로 가지고 다녔다.

덕분에 코로나가 창궐하는 동안 감기 한 번 안 걸렸다. 예방접종도 3차까지 했다.

집 근처 중학교는 2020년 개교였지만 학생들이 등교하지 못하고 있었다. 교육은 전부 온라인으로 바뀌었고 어린 아기들도 외출 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했다.      


오래전 읽은 SF소설의 내용이 생각났다. 사막화가 된 세계에서 사람들은 서로 대면하지 않고 생활하였다. 각자의 투명 돔 속에서만 살면서 타인과의 접촉을 극도로 꺼리는 내용이었다. 앞으로 바이러스로 인해 소설 내용이 현실화가 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바이러스 발생 이년 후 방심한 탓이었는지 남편이 코로나에 확진되었다. 전염을 우려한 다른 식구들은 종합운동장으로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갔다. 수백 명이 긴 줄을 지어 검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세 시간을 기다린 끝에 검사받았다. 다행히 셋 다 음성이었다.

     

남편은 안방에서 열흘 동안 격리 생활을 했다.

삼시세끼 쟁반에 차려서 안방에 들여다 주었다. 수시로 소독약을 뿌리고 남편이 식사한 식기는 삶고 말려서 따로 사용했다. 남편은 목의 통증과 기침으로 몹시 괴로워했다. 수시로 마실 수 있게 뜨거운 물을 텀블러에 담아서 갖다주었다. 나는 거실 소파에서 잠을 자며 병간호해야 했지만 두 아이에게 감염될까 가장 걱정되었다. 다행히 다른 가족에게 전염되지 않고 남편은 완치되었고 격리기간이 끝났다.

     

작은 아이는 서비스업종에서 근무하고 있어서 수시로 코로나 검사를 했었다.

어느 날 목이 아프다며 병원에 가서 검사했다. 명확하지 않다고 보건소에 가보라고 했다. 다시 보건소에 가서 PCR 검사를 했다. 결과는 양성으로 나왔다. 작은아이는 아빠가 아팠을 때보다 덜 고통스러워했지만, 입에서 쓴 물이 계속 나오는 것 같다며 힘들어했다. 감염된 지 이틀 후에 갑자기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서 가렵고 머리도 아프다고 호소했다. 인터넷으로 병원 진료를 받고 약을 배송해 주는 시스템을 통해 약을 처방받아먹었다. 작은아이는 코로나 격리가 끝나고도 두드러기와 입이 써서 힘들어했다. 코로나 후유증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작은아이가 안쓰러웠다. 후유증이 빨리 낳기를 기원하는 수밖에 없었다. 오랜 시간 후 두드러기가 없어졌다.

    

해가 바뀌어 새해가 되었다. 설날을 보름 앞둔 어느 날 온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팠다. 단순 몸살감기나 근육통으로 생각하고 아스피린 한 알 먹고 잠을 잤다. 아침이면 괜찮겠지. 그런데 아침이 되어도 근육통은 여전했고 기침과 함께 가래가 조금 나왔다. 열은 없었지만, 혹여 감기라도 식구들에게 전염될까 봐 밥은 따로 먹고 병원에 갔다. 병원에서도 체온을 재어 봤지만 36.5도 열은 없었다. 근육통과 오한이 심해서 코로나 검사를 해야 하나 고민했다. 엄마가 걱정되어 따라온 작은아이가 “엄마 혹시 모르니까 검사해 봐”라고 권했다.      

코로나 검사하고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의사 선생님이 “코로나 양성입니다. 일단 밖으로 나가세요.” 한다.


갑자기 코로나 환자가 되어 병원 밖으로 추방되었다. 잘못 검사한 건 아닌가? 몸살기만 있는데 코로나 감염이라니 최근에 외부 사람들과 접촉도 거의 없었고, 외식은 사람들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빠르게 먹고 마스크 착용을 했었는데 어디에서 감염이 된 것일까?

바이러스는 보이지도 않고 조심한다고 했지만 언제 어디서 어떻게 걸리게 될지 알 수 없다는 것에서 공포가 밀려왔다.   

   

고령에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이 있어서 고위험군이라 먹는 코로나약 팍스로비드를 처방해 주겠다고 했다. 여러 가지 긴 항목의 질문서를 작성하고 현재 먹고 있는 약과 팍스로비드에 같이 먹으면 안 되는 성분이 있는지 조사한 후 처방전을 주었다. 우리 구에는 약국 여섯 군데만 약을 비치하고 있었다. 약이 구비되어 있는지 문의해 보고 방문했다. 작은아이가 약국에 가서 약을 구입하고 집에 가서 먹자며 빵도 사서 집으로 왔다. 집에 오자 바로 안방으로 들어가서 문을 닫았다. 가족 중 둘은 코로나에 걸렸었지만, 큰아이는 코로나에 걸린 적이 없었다. 혹시 식구들이 재감염되거나 전염될까 봐 걱정되었다.

     

큰아이와 작은아이가 밥상을 차려주었다. 밥을 먹고 처방해 준 약을 먹은 뒤 정신없이 잠이 들었다. 처방해 준 약은 소염진통제였고 별도로 먹는 코로나약 팍스로비드는 12시간마다 따로 복용하는 약이었다. 5일 동안 모두 복용해야 하는 약인데 시간 맞춰서 먹어야 했다. 일차로 정오에 먹고 자정에 알람을 맞춰놨다가 약을 먹었다. 이삼일은 오한과 근육통, 기침 가래로 아주 아팠다. 약을 먹고 나면 조금 나아졌지만, 입안에서 침이 쓴 약물처럼 나오는 것 같았다. 침을 뱉으면 투명하지 않고 뿌옇고 걸쭉했다. 꼬박 일주일을 앓고 나서야 쓴맛이 없어졌다.    

 

격리 해제하고 일주일 만에 처음으로 좋아하는 커피를 내려서 한잔 마셨다. 따뜻하고 구수한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셨다. 감탄이 절로 나왔다. 먹고 싶은 것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이렇게 커다란 행복이구나 다시금 깨달았다. 행복이 내 곁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포근하게 안아 주었다.   

   

코로나가 무섭게 세계를 지배하자 항간에 떠도는 말이 있었다.      


‘지구가 지구를 황폐화하는 인간들을 털어내기 위한 자정 운동을 하는 중이다’


물론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많은 쓰레기와 화학물질로 지구를 오염시키는 인간들이 바이러스 원인 중 하나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구는 스스로 지구를 정화하기 위해 앞으로 또 어떤 바이러스를 퍼트릴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지구에 몸을 의지하고 사는 인간이라면 지구를 오염시키는 일을 조금씩 줄여 나가는 것이 다음 세대와 지구와 나를 위한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자정능력 : 자연생태계에 유입된 오염물질을 인간의 간섭 없이 자연 스스로 정화하는 능력이나 작용. (두산백과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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