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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그늘 Feb 03. 2023

삶의 작은 조각을 찾아서

가난과의 동거


월급날은 멀었는데

지폐 두어 장 동전 두어 개 지갑 속에 굴러다닌다


골목길을 돌면 자취방

추위가 뼛속 깊이 나를 떨게 한다


타다 남은 연탄재 위에 번개탄

불을 붙인다

치 이익 유황 타는 냄새

번개탄 위에 연탄을 올려두고 이불속으로 기어들어 간다

온기를 잡으며 태아처럼 웅크린다      


배고픔을 참으며 잠이 들고

배고픔이 나를 잠에서 깨웠을 때 흔들리는 전두엽


아가씨 정신 차려

연탄가스 마셨나 봐 동치미 국물 먹여 옆집 새댁 목소리

구급차를 부를까 아니야 동치미 국물 먹여

주인집 아줌마의 목소리


차마 나는 눈을 뜨지 못한다

가난은 구급차도 부르지 못하게 하고 나에게 동치미 국물만 먹인다

빈속에 마신 동치미 국물은 속 쓰리게 하지만 배는 부르다


가난은 나를 어지럽게 하고 헛구역질 나게 하고 남몰래 울게 한다     

가난은 골 아픈 나를 쉬게 두지 않는다

버스가 흔들릴 때마다 이리저리 흔들거리며

굴러다니는 전두엽

골머리가 아파도 전두엽이 굴러다녀도 출근은 해야 한다


밤새워 마신 연탄가스에

이른 아침 마신 동치미 국물은 멀미를 부르고 서글픔을 부른다      


가난은 나에게 감기를 선물한다

가난은 두통과 감기로 어지러운 내게 출근을 강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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