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 산소에 쑥이 많이 자랐다
쑥을 뽑는다
깊이 뿌리내린 쑥은 호미로 캐어도 뿌리까지 뽑히지 않는다
어디선가 날아와 뿌리를 내린 쑥은 아무 잘못이 없다
하지만 나는 손가락 마디에 피가 나도록 쑥을 뽑고 또 뽑는다
“새아가는 고기 구워 먹고 얼른 서울 가고, 너는 배추 씻어라”
내 마음에 뿌리내린 어머니의 말 하나가 몇십 년이 지난 지금 쑥이 되어 자랐다
제가 무슨 잘못을 했나요?
시집와서 아들 못 낳은 것도 내 잘못
시동생이 동서만 남기고 떠난 것도 내 잘못
그게 왜 내 잘못인가요?
난 잘못한 게 없지만, 어머니는 며느리가 잘못 들어와서라고 한다
내 마음에 뿌리내린 쑥이 무성히 번식하고 또 자라 쑥밭이 되었다
쑥을 쑥쑥 뽑아내어 떡을 만들어
그 떡을 삼키고 나면 내 마음의 쑥도 쑥 내려갈까
몇십 년 전 어머니의 말 한마디가 내 마음에 깊이 뿌리 박혀 뽑히지 않는다
어머니의 말은 쑥의 씨앗처럼 허공을 맴돌다 내 맘에 뿌리내려
자라고 또 자라고 있지만 어머니는 알지 못한다
내 맘을 후비어 피가 나도록 쑥을 뽑는다
그러면 쑥이 없어지려나 해가 지날수록 쑥은 더 무성해지고 내 마음의 쑥도 더 무성해지고
뿌리는 뽑지 못하고 쑥만 뜯는다
뿌리 남은 쑥은 내년 봄에 또다시 쑥쑥 자라겠지
농약이라도 뿌려야 없어지려나
난 오늘도 쑥을 뽑는다
쑥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