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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현경 Apr 05. 2024

난생처음 해외여행

일본여행 마지막날

여행 3일 차 수족관 카이유칸에 가기로 한 날이다.

오전 10시 예약이다. 서둘러 숙소를 나섰다.

오사카코 전철역에 내리니 개찰구로 나가는 곳 좌우로 수족관 물고기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10시 오픈인데 9시 30분쯤 전철역에 도착. 카이유칸이 있는 바다 방향으로 나갔다. 동네는 양양 해수욕장 근처처럼 작고 아담했다. 길 건너편에 구운 소고기 꼬치 집 간판이 재미있어 보였다. 커다란 꼬치를 내밀며 먹어보라는 요리사의 모습에 맛이 어떨지 궁금증을 자아내는 간판이다. 멀리 덴포잔 대형관람차가 보였다. 카이유칸 가까이 가다 보니 바로 옆에 레고랜드가 있었다. 어린이를 동반해야 들어갈 수 있는 곳이라 레고를 좋아하는 큰딸이 아쉬워했다. 입구 쪽에 거대한 기린이 레고로 조립되어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카이유칸 빨간색으로 된 건물 외부가 보였다. 시간이 일러서 개찰구에는 몇 사람 줄을 지어 있었다. 우리도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단체 관람을 오고 있었다. 노란 챙모자에 물병을 하나씩 메고 줄을 지어 오는 모습이 귀여웠다. 아이들이 먼저 입장을 하고 10시가 되자 개찰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도 수족관에 가봤었는데 여기는 어떤지 궁금했다.


입구에 기념품 가게가 있었고 먼저 투명한 터널을 통과했다. 좀 어두웠지만 머리 위로 헤엄쳐 가는 물고기들을 구경하면서 지나갔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맨 꼭대기 층으로 올라간 뒤 내려오면서 관람하게 되어있었다. 열대 나무숲과 작은 새들을 보면서 조금 돌아서 내려가자 물가에 사는 원앙이 있었다. 수달이 먹이를 먹다 말고 귀여운 얼굴로 멀뚱멀뚱 우리를 구경하고 있었다. 층층이 다양한 생물들을 구경할 수 있어 좋았다. 안에서는 구경하는 우리 모습이 보이지 않게 설계되어 자유롭고 편안하게 유영하는 물고기들을 볼 수 있었다. 수달이 있는 곳에서는 관리사들이 수달의 건강검진을 하고 있었다. 조금 돌아 내려가니 펭귄들이 있었다. 한쪽에는 눈이 조금씩 내리고 주변은 얼어있었다. 물속과 육지를 힘차게 오르내리며 수영하는 펭귄의 모습도 귀여웠다. 다음에는 돌고래가 있었다. 물은 깨끗하고 깊어서 자유롭게 수영하고 있었다. 위쪽은 민물고기들이, 아래로 내려갈수록 바다생물들과 바닷물 깊은 곳에 사는 커다란 고래상어와 거대한 가오리들을 볼 수 있었다. 가는 길 곳곳에 작은 수족관이 있었다. 작은 물고기와 해파리들, 산호와 니모 같은 열대어들도 있었다. 내려오는 중간에 외부로 바다가 보이는 카페가 있었다. 아이스크림을 시켜고 바다를 바라보며 한가롭게 앉아 있었다. 아이들의 떼쓰는 소리 엄마들의 두런거리는 말소리로 소란했지만, 그것도 나름 좋았다. 약 두 시간 넘게 구경한 것 같았다. 배도 고프고 다리도 아파서 밖으로 나왔더니 기념품점이 있었다. 볼펜 몇 개를 구매하고 뽑기를 했는데 고래상어 키링과 쪽지에 대길(大吉)이라고 점괘가 나왔다. 이번 여행 온 것이 나에게 행운인가 보다. 키링도 예뻐서 집에 와서 책상 앞에 걸어 두었다.


점심은 카이유칸과 연계된 쇼핑몰 안으로 들어갔다. 일본의 옛 모습을 재현해 놓은 추억의 거리에 음식점들이 있었다. 은어를 구워 파는 가게, 덮밥집도 있었다 그중 오코노미야키 가게가 있어서 그곳으로 결정했다. 다른 곳과 달리 그곳은 대기가 있어서 입구에 앉아서 기다렸다.

좀 쌀쌀맞아 보이는 아가씨의 안내로 입구 쪽 자리에 앉았다. 철판이 있고 음식은 시키면 15분 이상 걸린다고 안내해 준다. 바로바로 만들어서 나오는 것 같았다. 술병들이 장식되어 있었다. 선술집, 이자카야 같은 느낌의 가게였다. 우리는 오코노미야키 기본 2개 마요네즈 위에 뿌려주는 것과 파가 올라간 것 1개, 야키소바 1인분을 시켰다. 야키소바가 먼저 나왔다. 간은 짭조름하니 입에 맞았다. <짱구는 못 말려 B급 음식 서바이벌>에서 나오는 야키소바 장인이야기를 보고 먹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인지 더 맛있게 느껴졌다. 오코노미야키도 맛있었다. 철판 위에 올려놓고 따뜻한 온도를 유지하며 맛있게 먹다 보니 순식간에 사라졌다.


산타마리아호 3시에 출발하는 것으로 타기로 하고 덴포잔 대 관람차를 먼저 타러 갔다. 줄이 두 줄이었다. 한쪽은 투명한 바닥이 있는 관람차 줄이고, 다른 한쪽은 일반관람차 줄이었다. 우리도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는 투명 관람차를 타려고 했는데 산타마리아호 탑승 시간이 촉박해서 일반관람차를 타기로 했다. 투명 관람차는 숫자가 많지 않아 기다리는 사람이 많았다. 일반관람차 여섯 대에 투명 관람차가 한 대씩 있었다. 관람차는 서서히 올라갔다. 관람차 네 방향에 있는 건물의 그림이 창에 그려져 있었다. 관람차가 커서 가까운 곳의 바다와 먼 곳에 있는 건물까지 잘 보였다. 푸른 하늘과 흰 구름 그리고 바다를 가로지르는 긴 다리 위로 많은 차들이 오고 가고 있었다. 꼭대기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니 대관람차의 그림자가 커다랗게 공원에 드리워져 있었다. 그 속에 내가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구름 위로 둥둥 날아오르는 것 같았다. 구름 위의 산책을 뒤로하고 배를 타러 갔다. 주유 패스가 있어서 무료였다. 일반 어른입장료는 1,600엔이다. 커다란 돛대가 있는 산타마리아호는 원피스에 나오는 써니호처럼 보였다. 배를 타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하늘은 맑았지만 바람이 조금 차가 왔다. 먼저 2층 난간에서 배가 출발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포말을 일으키며 배가 다리 방향으로 달리고 있었다. 배에는 배를 타고 항해했던 사람의 동상도 세워져 있었다. 돛대는 올리지 않고 달려서 좀 아쉬웠지만 바람이 많이 불어서 돛대를 올렸다면 원피스의 써니호처럼 하늘 위로 날아갈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아이들이 웃는다. 실없는 농담에도 우리는 까르르 웃었다. 바람이 차가워서 서로 몸을 붙이고 있다가 선실로 내려왔다. 선실 지하에는 전시관이 있었다. 아마 이 배를 타고 항해를 했던 사람에 대한 일대기를 적어 놓은 것 같은데 일본어로 쓰여있어 내용은 잘 모르겠다, 국기 그림과 지도, 동전, 전시해 놓은 총과 여러 개의 작은 모형 배와 나침반을 구경했다. 나중에 네이버 지식 사전에 찾아보니 산타마리아호는 콜럼버스가 태평양 횡단에 사용했던 배로 150톤급 카라크 선이라고 한다. 배를 타고 시원한 바람을 맞는 것도 흥겨운 일이었다.     


도톤보리로 왔다. 인파에 밀리면서 딸아이들은 회전 초밥집으로 가자며 근처 맛집을 빠르게 검색했다. 복잡한 상점가를 지나 작은 골목으로 들어서니 어디선가 향냄새가 심하게 났다. 도심에 절이 있었다. 향을 꽂고 기도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긴 원통형의 등이 여러 개 줄지어 나란히 걸려 있었다. 절을 지나 작은 가로등이 예쁘게 줄지어 있는 골목도 지나 걸었다. 갑자기 커다란 건물에 회전 초밥집이 나타났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 대기가 없어서 바로 들어갔다. 초밥 접시를 나르는 레일이 설치되어 있었다. 전자 태블릿으로 주문하고 기다리면 음식이 레일을 타고 와 우리 레일로 들어오게 설치되어 있었다. 오늘의 특선메뉴는 좀 저렴했다. 주문을 해놓고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하며 옆에 준비되어 있는 따뜻한 물을 마셨다. 그리고 계속 돌고 있는 일회용 간장과 생고추냉이를 몇 개 준비해 놓았다. 초밥이 도착했다. 초밥에는 고추냉이가 없었다. 기계로 찍은 밥 위에 생선 네타가 올라가 있었다. 준비해 놓은 생 고추냉이를 올려 먹었는데 맛있었다. 후식으로 파르페를 시켰다. 카페에서 파는 파르페처럼 모양도 예쁘고 맛있었다. 마지막으로 딸기 찹쌀떡(찹쌀떡)을 시켰는데 에러가 났는지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오래 기다리다가 직원을 불러 문의했더니 조금 있다가 바로 갖다 준다. 아마 주문이 누락되었었나 보다. 저녁을 먹고 쇼핑몰을 돌아다니다. 숙소로 돌아왔다.


내일이면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아직 더 관광하고 싶은데 돌아가야 하다니 좀 아쉬웠다.     

다음 날 아침 일어나서 바로 가방을 챙겼다. 숙소가 깔끔하고 아늑해서 잘 쉬었다. 여행지에서는 늘 잠을 설치곤 했었는데 그런 일도 없이 푹 잘 잤다. 아쉬움에 한번 뒤돌아 보고 호텔을 나왔다. 오사카 난바역에서 내려서 난카이 난바역으로 걸어갔다. 우리가 했던 하나의 실수였다. 역이름이 비슷해서 잘못 내린 거였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애들 뒤만 열심히 따라갔다. 길 잃어버릴까 봐. 꽤 오래 걸었다. 딸들은 중간에 서서 다시 지도를 찾아보고 방향을 잡았다. 가는 길에 과자 모양으로 만든 5층 분홍색 건물도 있었다. 드디어 난카이 난바역 도착. 난카이 난바역에서 라피트를 타야 해서 1층 코인 보관함에 캐리어 3개를 넣어 놓고 쿠로몬 시장(흑 문 시장)으로 갔다. 아침 겸 점심으로 장어덮밥을 먹으려고 시장 안에 있는 장어 덮밥집에 갔다. 일본에 오자마자 장어덮밥을 먹으려고 했었는데 시간이 맞지 않아서 못 먹었었다. 마지막 날 드디어 장어 덮밥을 먹게 되었다. 10시 오픈인데 시간이 일렀다. 가게 앞에서 기다렸다. 10시가 되기 전 들어오라고 하신다. 주방일을 하시는 분이 계셨고 친절하신 아주머니가 서빙하셨다. 탁자 한 개에 카운터 석이 여섯 개 있는 작은 장어 덮밥집이었다. 간판 대신 천막에 고목수산(高木水産)이라고 적혀 있었다. 장어덮밥은 장어 양에 따라 가격이 달랐다. 계란말이 하나와 장어덮밥 4개를 주문했다. 장어는 부드럽고 양념한 밥은 달콤 짭짜름했다. 계란말이는 금방 한 듯 따뜻했고 안에 장어가 들어있었다. 반찬으로 나온 오이절임도 오이지와 맛이 비슷해서 좋았다. 먹고 나오니 사람들이 줄을 많이 서 있었다. 맛집인가 보다.


맛있게 먹고 도쿠야스지 상점가로 이동했다. 칼과 그릇 구경을 했다. 황학동 주방 거리 같았다. 칼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곳도 많고 주로 작은 도자기 그릇과 음식점 주방에서 사용하는 여러 가지 도구들을 팔고 있었다. 오사카가 타코야키로 유명해서인지 타코야키 기계틀도 많이 판매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돈키호테 쇼핑몰에서 선물을 구입해서 캐리어 한 개를 가득 채웠다. 난카이 난바역으로 출발, 간사이공항으로 가는 라피트를 탔다. 라피트 안에서 산토리 맥주와 자가비 과자를 먹었다. 드디어 간사이 공항 도착 이제 몇 시간 후면 서울로 간다. 아쉬운 마음과 집에 가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교차했다. 보안 검색대로 가는 길이 많이 길었다. 주변에선 공사를 하는지 칸막이 안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검색대를 통과해서 딸들은 면세점 구경하느라 바빴고 엄마 아빠는 소파에 앉아 있었다. 비행기 타기 위해 작은 열차를 타고 이동했다. 드디어 다시 한국 가는 비행기에 탑승했다. 여독으로 인한 피곤함이 밀려왔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비몽사몽 졸면서 한국으로 왔다.

이제 난생처음 해외여행은 끝이 났다. 며칠이 지났지만 꿈을 꾼 느낌이다. 그러면서도 다시 한번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 지브리 테마파크에도 가보고 싶고 후지산에도 그리고 친정아버지가 젊으셨을 때 놀러 가셨던 우에노 공원에도 가보고 싶다. 여행이란 마음을 더 넓고 생각은 더 크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가고 여행의 후기를 올리는구나 싶다. 일본의 모습이 이젠 좀 친근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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