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갠 아침
비 갠 아침엔
화안하니 밝아오는 꿈을 느낀다
물청소하고 난 뒤에 오는
짧은 환희
그리고
가을
그리고 비 온 뒷날 아침엔
더없는
기쁨이 밀려온다
잎 떨어지고 난
나뭇가지 사이로
싸아하게
밀려오는 바람엔
고운 비눗방울 내음이 묻어온다
그렇게 고운 아침엔
말짱
고운 스커트에 화 안 한 블라우스를 입고
깡충 대문을 나서본다
비 온 뒷 날 아침은
무언가
즐거운 일이 생길 것만 같다.
1981년 9월 25일 금 맑음
풋풋하고 고왔던 나의 19살에게
쉬는 날 서랍 구석진 곳에서 고등학교 친구에게서 받은 일기장에 써 내려간 일기를 읽었다. 그땐 나름 감성도 있고 껌종이도 잘 펴서 들어있었다. 흥나는 대로 멋을 부려가며 적어놓은 시 몇 편 재미있다. 그때의 나는 그런 모습이었구나. 고운 스커트에 환한 블라우스를 입고 멋도 부릴 줄 아는 어린 소녀였구나. 그동안 나를 잘 키우지 못하고 아직 힘들게 살고 있구나. 19살 어린 나야 미안해. 앞으로 너를 더 사랑해 줄게.
좀 더 너를 아끼고 좀 더 좋은 옷과 좋은 음식으로 너를 호강시켜주고 싶다. 좀 더 건강하게 나의 사랑을 받으며 잘 지내길 바란다. 담뿍 안아주고 토닥토닥 등 두드려 주고 싶구나. 사랑한다. 어린 소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