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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 정식

by 황현경

피자(이탈리아어: pizza 피차[*])는 밀가루 반죽으로 만든 도우 위에 토마토소스와 모차렐라 치즈를 얹어서 둥글고 납작한 형태로 구운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빵 요리다. 기호에 따라서 올리브, 고기, 살라미, 해산물, 치즈, 채소, 과일 등을 비롯한 다양한 종류의 토핑을 선택하여 얹을 수 있다. -중략- 1972년, 서울 유네스코 빌딩에 대한민국 최초의 피자가게가 개점하였다. 1985년 미국피자헛이 한국에 진출하면서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하였다.-위키백과에서 인용-


요즘 피자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이십 대 초반 처음 피자를 알게 되었다. 그때까지 피자라는 음식이 있는지 몰랐다. 1985년 피자가 한국에 막 상륙하여 대중화되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피자집은 별로 없었고 흔한 음식도 아니었다.

회사 여직원들과 토요일 근무가 일찍 끝나 다 같이 영화도 보고 밥도 같이 먹자며 종각으로 몰려 나갔다. 출판사에서 기한을 두고 납품해야 하는 대한약전을 만들던 중이라 일요일도 없이 야근까지 하던 때였다. 날씨 맑은 토요일 모처럼 휴가를 떠나는 기분으로 종각으로 갔다. 먼저 식사를 하기로 하고 뭘 먹을까 궁리하며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종각에서 멀지 않은 골목에 작은 인형의 집처럼 꾸며 놓은 음식점이 있었다. 우리는 서로 눈치를 보다가 들어가자고 했다. 천장에 샹들리에가 달려있고 클래식한 커튼이 드리운 창이 있었다. 둥근 테이블은 체크무늬 테이블보가 덮여있고 테이블 매트가 고급스럽게 놓여 있었다. 크리스털 화병에 꽂혀있던 장미 한 송이도 빛나 보였다. 의자는 소파처럼 폭신폭신했다. 아직 사회 경험이 많지 않던 우리는 서로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종업원이 가져다주는 메뉴판을 보았다. 점심 메뉴로 피자 정식이 있었다. 피자 정식이 뭔지 궁금했던 우리는 만장일치로 통일해서 주문했다. 잠시 후 포크, 나이프, 스푼이 각자 앞에 놓였다. 먼저 샐러드와 수프, 따뜻하게 데워진 동그란 빵이 나왔다. 수프를 한 스푼 떠서 먹어 보았다. 어디서도 맛보지 못했던 부드럽고 고소한 맛의 수프는 저절로 목을 타고 부드럽게 넘어갔다. 나도 모르게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어머 너무 맛있다!” 빵을 찍어 먹어도 맛있었다. 우리는 맛있다를 연발하며 빵과 샐러드 그리고 수프를 순삭 했다. 작고 네모난 그릇에 오븐스파게티가 나왔다. 스파게티를 치즈와 함께 먹었다. 감탄이 절로 나왔다.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었지만 느끼하지 않고 쫀득쫀득 맛있었다. 마지막으로 손바닥보다 조금 큰 동그란 피자가 나왔다. 피자를 처음 먹어본 나는 맛의 신세계를 발견한 느낌이었다. 이런 맛이 세상에 존재하다니 기가 막힌 맛이었다. 음식을 하나하나 순서대로 갖다 주는 것도 대접받는 느낌이 들어 기분 좋았다. 우리는 마법에서 깨어난 얼굴로 음식점을 나왔다.


그날 이후 나는 피자 맛에 빠져 버렸다. 시간과 경제력이 될 때마다 피자를 먹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피자집에 셀프바가 생겼고 과일과 야채도 마음껏 가져다 먹을 수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피자 뷔페도 생겼다. 셀프바에 새로 구운 피자를 갖다 먹을 수 있다. 피자에 꽂혀서 한동안 먹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다. 고민 끝에 요리책에서 피자 만드는 법을 보고 직접 만들어 먹기로 했다. 요리책에 나온 대로 밀가루에 이스트와 설탕을 넣고 반죽해서 발효시켜 피자도우를 만들었다. 마늘, 양파를 볶아 토마토케첩을 넣고 소스를 만들었다. 둥근 햄을 얇게 슬라이스 하고 양송이와 피망도 썰어서 토핑으로 얹고 모차렐라 치즈를 올렸다. 오븐이 없으니, 프라이팬에 뚜껑을 덮고 약한 불로 치즈가 녹을 때까지 구웠다. 완성된 피자는 모양은 그럴듯했지만, 생각했던 맛이 나지 않았다. 피자 도우는 발효가 덜 되어 딱딱한 호떡 같았다. 그래도 맛있었다. 그 후로 피자 생각이 나면 원하는 토핑을 마음대로 해서 구워 먹곤 했다.


그리고 결혼 후 야채나 과일보다 고기를 좋아하는 아이들과 피자 만들기 놀이를 해보기로 했다. 마트에서 파는 피자 도우 가루를 샀다. 봉지가 두 개 들어 있었다. 한 봉지로 피자 도우 하나씩 만들 수 있었다. 가루를 반죽해 피자 도우를 만들었다. 프라이팬엔 얇게 편 뒤 바닥에 포크로 점 같은 구멍 만들기 했다. 아이들은 눈을 반짝이며 신중하게 포크를 꾹꾹 눌러 구멍을 만들었다. 그동안 나는 마늘, 양파와 피망을 볶은 뒤 케첩을 넣고 신맛이 날아가도록 더 볶았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사과와 파인애플, 햄도 슬라이스 해서 아이들에게 토핑 하라고 했다. 신난 아이들은 피자 도우 위에 여러 가지 과일과 피망으로 모양 만들기를 했다. 마지막으로 모차렐라 치즈를 고루 뿌리고 가스레인지에 올려 구웠다. 피자 굽는 냄새가 나자, 아이들은 소리를 질렀다.

“맛있겠다!”

직접 만든 피자를 여덟 조각으로 잘라 상위에 올려놓았다. 아이들은 입맛을 다셨다.

“앗! 뜨거워.” 하면서도 잘 안 먹던 양송이, 피망, 양파도 사과와 함께 맛있게 먹었다. 그 후로 종종 피자 도우 반죽을 사다가 아이들과 같이 피자를 만들어 먹곤 했다. 지금은 피자가게도 많이 생겼고 피자가 흔해졌지만, 예전에 아이들과 같이 만들어 먹었던 피자 맛이 잊히지 않는다. 그리운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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