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일본여행
여행 이틀째 교토에서 유명하고 대표적인 절 청수사에 가기로 했다. 명탐정 코난에 나왔던 절이라 가보고 싶었다. 캐리어를 숙소에 맡기고 걸어서 갔다. 가다가 아침 겸 점심으로 경양식집에 들렀다. 오래된 집이었다. 할아버지 한 분이 청바지를 입고 메뉴판과 물을 갖다주었다. 나는 모둠 정식을, 큰딸은 오므라이스, 남편은 돈가스, 작은딸은 나폴리탄 스파게티를 시켰다. 나폴리탄 스파게티는 일본에서 만들어진 메뉴라고 한다. 토마토케첩을 넣어 만든 스파게티에 양파, 피망, 햄 등을 추가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음식은 금방 나왔고 샐러드가 듬뿍 올려져 있어 좋았다. 모둠 정식은 오징어튀김과 함박스테이크가 같이 나와서 밥이랑 먹었다. 아이들도 맛있게 먹었다. 흡연이 가능한 식당이라 한 사람이 계속 담배를 피워 좀 불편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길가에 음식점이 거의 없어 그곳에서 먹을 수밖에 없었다.
청수사까지 거리가 멀어 오랫동안 걸어야 했다. 아이들도 나도 일본어가 서툴러서 버스를 어떻게 타는지 어디서 내려야 하는지 몰랐다. 전철은 너무 복잡했다. 한 정거장 정도의 거리라서 걸어가기로 했다. 청수사 입구에 도착하자 인파로 길이 가득 밀렸다. 사람이 많을 줄 알았지만 이 정도로 많을 거라 생각 못 했다. 거의 만원 버스 수준이었다. 내려가는 사람 올라가는 사람들이 섞여 있고 기모노를 입고 화려하게 화장한 사람들도 많이 보였다. 주변에 기모노를 빌려주는 가게도 많이 있었다. 게다를 신고 오르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발이 아플 것 같았다. 절은 웅장했고 건물은 회색 기와에 황금색과 붉은색의 단청이 화려했다. 절에 운세 뽑기가 있어서 다 같이 해 보았다. 육각형의 통을 흔들어 나오는 번호를 보여주면 번호에 맞는 운세를 준다. 남편과 작은 딸은 대길(大吉), 길(吉)이 나왔고 나와 큰딸은 흉(凶)이 나왔다. 흉이 나오면 길게 접어서 절에 비치된 철봉에 묶어 놓고 오면 나쁜 기운이 따라오지 않는다고 했다. 절이 높은 곳에 있어 교토 시내가 멀리까지 보였다. 인파에 밀려 우리는 올라갔던 곳과 다른 길로 내려왔다.
내려가는 길에 거대한 돌로 된 마애불상이 보여서 구경하고 싶었지만, 그곳은 출입이 금지되어 있어 멀리서 구경했다. 기념품 가게가 많이 있었다. 남편이 지갑을 사주었다. 얇고 붉은색인데 꽃 그림이 화려했다. 마침, 필요했었는데 선물로 받게 되어 즐거웠다. 내려가는 길에 산넨자카(二年坂)와 니넨자카(三年坂)이라는 곳이 있었다. 계단으로 되어 있는데 좀 가팔라서 조심해서 내려갔다. 니넨자카에서 넘어지면 2년, 산넨자카에서 넘어지면 3년 안에 죽는다는 말이 있는데 이름 때문에 생긴 말이라고 한다. 그 말 때문에라도 조심해서 내려왔다. 일본식 인력거를 태워주는 곳을 지나 큰길로 나와서 택시를 탔다.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우산을 숙소에 두고 와서 모자를 쓰고 가까운 니시키시장으로 갔다. 외국인 상대로 하는 곳이라서 그런지 가격이 아주 비쌌다. 튀김 한 꼬치가 만 오천 원이었다. 초밥과 쥐포, 일본식 계란말이가 들어간 타마고 샌드를 샀다. 다코야키를 먹고 숙소로 돌아왔다. 청수사의 화려하고 웅장한 건물들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다음날 교토역에 있는 장어덮밥집을 찾아갔다.
미리 검색해 놨던 음식점을 찾아갔지만 교토역이 너무 복잡해서 어디에 위치한 곳인지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두 번째로 검색했던 곳으로 갔다. 가격은 좀 비싸지만 맛있는 곳이라고 했다. 교토역을 뱅뱅 돌아 겨우 11층으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찾았다. 다행히 대기인원이 많지 않아 30분 정도 기다렸다. 방으로 자리를 준비해 주었다. 가장 크기가 큰 장어덮밥과 작은 크기의 덮밥 두 개, 오차에 말아서 먹는 히츠마부시를 하나 시키고 튀김도 하나 시켰다. 사케도 한잔 시켰는데 잔이 특이하게 생긴 잔에 술을 따라 주었다. 옹달샘 아래 작은 잔이 있어 따라 마셨다. 장어덮밥과 장국, 일본식 야채 절임(쓰케모노)이 다였지만 장어는 부드럽고 밥도 맛있었다. 튀김은 새우, 고추, 오징어, 단호박 튀김이 나왔다. 갓 튀겨서 따끈하고 바삭바삭했다.
식사하고 교토타워로 갔다. 입장료는 1인당 900엔이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에 도착했다. 어젯밤에 비가 와서 교토 시내가 한눈에 깨끗하게 보였다. 여기저기 절이 많이 있었다. 제2차 세계 대전 때 미군이 교토는 문화재가 많은 곳이라 폭격에서 제외했다는 말도 있다. 그래서인지 작고 큰 절들이 많이 보였다. 교토타워 60주년 기념 스탬프를 다섯 개 찍으면 교토타워 그림이 있는 종이접기 기념품을 준다고 해서 돌아다니면서 스탬프를 찍었다. 여직원이 사진을 찍어주고 있었다. 교토타워 60주년 기념 신문에 실린 모습으로 인화해 주었다. 진짜 신문에 가족사진이 실린 것 같았다. 사진을 크게 인화하면 1,500엔이라고 해서 한 장 인화해서 작은 종이 액자와 같이 받았다. 한 달 이내 원본사진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바코드도 받았다. 교토타워승무원 복장도 시대별로 전시되어 있었다. 의외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어 교토 시내도 구경하고 재미있었다. 간사이공항으로 가는 길에 교토역에서 에끼벤을 사서 먹으면서 왔다. 맛있고 즐거운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