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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아침에

by 황현경

봄 아침

이해인

창틈으로 쏟아진

천상 햇살의

눈부신 색실 타래


하얀 손위에 무지개로 흔들릴 때

눈물로 빚어내는

영혼의 맑은 가락

바람에 헝클어진 빛의 올올

정성껏 빗질하는 당신의 손이

노을을 쓸어내는 아침입니다

초라해도 봄이 오는 나의 안뜰에

당신을 모시면

기쁨 터뜨리는 매화 꽃망울

문신(文身) 같은 그리움을

이 가슴에 찍어 논

당신은 이상한 나라의 주인

지울 수 없는 슬픔도

당신 앞엔

축복입니다

-『내 혼에 불을 놓아』 이해인 제2시집 분도출판사 1979년 -


봄 아침 부드러운 햇살에 안개라도 낀 듯 몽환적인 느낌이 듭니다.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봄날 아침이 추운 겨울을 지나 내 방 창가에 당도하기까지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생각합니다. 부드러운 손길로 봄바람을 깨워 나무 끝에 단단한 갑옷을 찢어내고 연하디 연한 꽃을 피워 올립니다. 봄은 부드러운 가슴과 날카로운 손으로 대지를 깨우고 봄의 대합창을 연주합니다. 오늘 아침 말간 봄 햇살에 흠뻑 취해 나도 나무처럼 광합성을 합니다. 나에게도 꽃이 피어나길, 파릇한 새싹이 돋아나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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